조직 문화ㆍ관행이 인식 따라가지 못해
정부의 적극적ㆍ현실적 정책 절실

과학의 발전은 여성들의 직장 및 가정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여성들은 가사 노동의 부담을 덜게 되었고, 대신 사회 활동에 투자할 시간과 여가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되었다. 특히 질적으로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확대되면서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사회 전반, 즉 각 분야에서 적극적인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여성이 이러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성평등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아직도 남녀 차별과 불평등이 심하다. 

가사 노동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가사 분담까지 평등해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면서 오히려 직장 및 집안 일까지 떠맡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전히 출산과 육아를 여성의 책임으로 떠맡기려는 경향이 짙고, 이 때문에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크게 제한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맞벌이 가정의 60%는 아내가 주로 가사와 돌봄을 도맡고 있다고 한다. 여성의 가사와 돌봄 부담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성평등에 대한 개별적인 인식 수준은 많이 높아졌지만 조직의 문화나 관행이 인식을 따라갈 만큼 사회가 바뀌지 않았다. 이 가운데 여성이 가장 심각한 불평등을 받는 것은 경력 단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 늘어나는 '여성 경력 단절'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특히 여성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아동 돌봄이 사각지대에 놓이다 보니까 직장을 그만두고 가사와 돌봄을 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난 결과로 볼 수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 전반적으로 '남녀는 평등하다'는 인식은 21.0%에서 34.7%로 높아졌다.

'남성은 생계부양, 여성은 자녀양육'이라는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은 2016년 조사에 비해 크게 완화됐다. '가족의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42.1%에서 29.9%로,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53.8%에서 17.4%로 감소했다.

그러나 여성의 가사·돌봄 부담은 여전한 실정이다. 아내가 주로 가사·돌봄을 부담한다는 응답이 68.9%에 달했으며, 맞벌이 가정도 60% 이상(여성 65.5%, 남성 59.1%)이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가사와 돌봄을 한다'고 답했다. 이는 5년 전 여성 65.2%, 남성 58.8%가 '아내가 훨씬 더 많이 가사를 분담한다'고 답변한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수치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시간은 남성 0.7시간, 여성 1.4시간으로 여성이 2배나 길었다. 특히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경우 남성 1.2시간 여성 3.7시간으로 3배 이상 차이났다. 코로나 이후 특히 30대, 40대 여성의 부담이 크게 높아졌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부부 동시 육아휴직제도, 임신 중 육아휴직 허용 등 많은 제도 변화가 있었다. 이 외에도 유연 근무제 도입 기업을 지원을 한다든지, 기업의 재택근무 안착을 위해서 컨설팅을 한다든지, 이런 일·생활 균형 지원제도도 앞으로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

진정한 남녀 평등 사회가 실현되려면, 사람들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이고도 현실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출산과 육아, 가사 노동은 결코 여성만의 일이 아니다. 여성의 교육과 사회 진출은 결국 국가 경쟁력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정 뿐만 아니라 기업, 정부 등이 함께 고민하고 이해와 배려가 절실하다. 사회적으로 남녀 평등 인식이 확산되고 국가적으로는 남녀 평등 정책이 실시될 때, 비로소 여성들도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남녀가 평등한 새로운 미래의 역사를 함께 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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