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처럼 결의에 찬 구호도 없다. “껍데기는 가라!”고 외치며 주체들은 자기마취에 빠진다. 역사가는 미화시키곤 한다. 그러나 피비린내 나는 과정을 수반한다. 서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중국 최초의 혁명 주인공은 탕왕이다. 그는 폭군 하나라의 걸왕을 몰아내고 황하유역을 장악한다. 이때가 신석기 시대의 끝 무렵이니 돌화살, 돌창 등이 난무한 가운데 완성시킨 가장 원시적인 혁명이라고 하겠다.

당시 상황은 탕서(湯誓)’에 담겨 있다. 탕왕의 맹세라는 뜻이다. “나 이 작은 인물이 감히 난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저 하나라의 죄가 가득하니 하늘이 명해 그들을 처벌하게 됐다(非台小子 敢行稱亂 有夏有罪 天命?).”

하늘에 의해 옳지 못하다고 낙인찍히면 일어나 판을 갈아엎을 수 있다는, 이러한 정신으로 인해 중국과 한국에서는 여러 혁명의 불길이 타올랐다. 훗날 순자가 지도자를 배, 백성을 물에 빗대 물은 배를 띄우기도, 뒤집을 수도 있다(水則載舟 水則覆舟)’고 경계 삼은 바는 탕서와 궤를 같이 한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도 살아 숨 쉰다. 다산은 힘주어 말했다. “천하고 호소할 데 없는 이들이 백성이다. 그러나 가장 존엄하고 산처럼 무거운 사람 또한 백성이다(至賤無告者小民也 隆重如山者亦小民也)”.

지금은 본격 농사철이다. 새 생명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할 일이 적잖다. 묵은 땅을 뒤집어엎는 게 농부의 선결 과제다. 그것도 심경(深耕)이다. 혁정취신(革鼎就新), 솥의 고인 물을 쏟아내고 새롭게 채운다는 뜻이다. 선량들은 첫 마음 변치 말고 민생의 밭갈이에 땀 흘리길 기대한다. 국민을 위한 지도자의 책무가 무겁고 크다.

지도자. 각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론 주도다. 그러하기에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라고 한다. 국가 존망(存亡)을 좌우하기도 한다. 정치인을 비롯한 지도층이 존경받고, 그들의 말에 힘이 실리는 길은 단순명료하다. 솔선수범이다. “나는 바담 풍해도 너는 바람 풍해라라고 하면 따르는 이가 없다. 노나라의 실권자 계강자가 공자에게 바른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직설적으로 대답한다. “정치는 올바름입니다. 지도자인 당신이 앞장서서 바르게 하면 그 누가 감히 바르게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한 말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행위를 본보기로 만들어야 신뢰를 얻어 관리하고 통치할 수 있다. 자신이 바르지 못하면서 남을 바르게 하는 경우는 없다. 공자는 계강자에게 한마디 덧붙이기를 군자의 덕은 바람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고 했다. 바람이 풀에 분다면, 풀은 반드시 바람의 방향에 따라 눕게 될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정치인이 모범을 보이면 백성이 모두 그에 따를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주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