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겔지수 12.86%로 21년 만에 최고치
코로나19로 여가활동 줄고 ‘집밥족’ 늘어

사진=롯데백화점
사진=롯데백화점

[코리아데일리 정다미 기자] 총 가계 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지수’가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현재 식품 소비를 잘 나타내는 단어는 ‘가성비’와 ‘프리미엄’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엥겔지수는 12.86%로 21년 전인 2000년 13.2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19년 11.37%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2020년 12.85%로 급등했다. 엥겔지수는 통상적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낮게 나타난다. 여가활동에 쓰는 금액이 커지기 때문에 총 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여가활동이 대폭 줄어든 것에 전염 위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인원·시간 제한, 재택근무 확대 등 여러 이유로 외식이 줄고 ‘집밥족’이 늘어나 엥겔 지수가 높아졌다. 여기에 물가 상승도 더해지며 엥겔 지수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기화 된 코로나19와 불안한 경기 전망으로 인해 가계들은 허리를 졸라매고 ‘가성비’에 주목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수록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필수 소비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식료품 지출 비중은 소득 하위 1분위 계급이 5분위 대비 9.1% 포인트 높았다. 이는 소득이 적은 가정일수록 외식보다는 내식을 많이 했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온라인 매출은 전년동월대비 14.2% 증가했다. 오프라인보다 저렴하고 대용량 제품을 선보이는 온라인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이를 잡기 위해 유통 업계는 가성비를 대표하는 PB(자체 브랜드)와 NB(제조업 브랜드)를 선보이며 장바구니 수요 올리기에 나섰다.

반면에 가심비(심리적 안정과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 형태)와 건강에 관한 관심 증대로 ‘프리미엄’ 식품 구매를 선호하는 고객들도 있다. ‘2022년 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백화점은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이 감소세인 가운데 전체 매출이 7.4% 늘었다. 전 세대에서 두루 유기농 등 프리미엄 제품도 각광을 받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식품관을 푸드 에비뉴(Food Avenue)로 리뉴얼하고 신선식품 코너에 공을 들였다.

또한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피자, 라면, 만두를 비롯해 과자 등 스낵류에서도 프리미엄 경쟁이 치열하다. ‘밀키트’라 불리는 가정간편식(HMR)의 시장 규모는 5년 만에 100% 이상 성장했다. HMR 시장을 이끄는 CJ제일제당, 동원F&B, 오뚜기 등은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프리미엄’을 붙인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프리미엄 제품군을 늘려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식품 업계는 ‘가성비’와 ‘프리미엄’을 추구하며 양극화된 소비 패턴의 고객들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는 이원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가격은 똑같지만 용량을 늘려 가성비를 충족하거나, 가격이 비싸지만 좋은 원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며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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