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총재

 

상공부, 동력자원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 산업통상자원부. 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일곱 번째 간판을 바꿔 팔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선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도 여러 번 이름이 바뀌었다.

한국 행정 개혁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부 출범 후 지난 74년 간 무려 5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정부 조직 개편을 했다, 정부 조직의 평균수명이 2년이 채 되지 않은 셈이다. 고속 성장과 압축적인 민주화에 따른 행정 수요를 그때그때 정부 조직에 반영했기 때문이라지만 정부 조직을 졸속으로 개편한 탓도 크다는 게 학계의 시각이다.

 

새 정부 과도한 의욕은 실패 우려

 

대통령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다. 통상, 여성 등의 기능을 끌어오기 위해 관련 부처들이 로비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지나치게 자주 정부 조직을 바꾸다 보면 행정직의 학습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부처의 정책역량을 훼손할 수 있다. 정권 교체의 민심을 반영해 새정부 나름의 국정 과제를 만들고 이를 추진한 조직 개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새 정부만의 색깔을 내겠다는 과도한 의욕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조직개편을 최소화하는 것은 국회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도 유리하다. 이명박 정부는 정보기술과 산업정책 등을 산업자원부에 추라고 해 지식경제부를 출범시켰다. 당시 세간에 유행하던 지식경제를 따서 부처 간판을 달았지만 외국에서 부처 영문명을 보고 대체 뭐하는 부처냐고 헷갈려 했다고 한다. 모양만 내려다 실속을 놓친 것이다. 결국 5년 만에 다시 간판을 내려야 했다.

작고 효용적인 정부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 부처가 많으면 산하 공공기관이 늘어나고 결국 공공부문이 커진다.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늘려 공무원 조직의 군살을 빼는 게 시급하다. 기능에 비해 공공부문이 너무 비대한 건 아닐지 심도 있게 검토해 필요하면 부처 통폐합도 고민해야 한다. 다만 통폐합으로 공룡 부처가 탄생해 장관 할 사람이 통솔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지 않도록 효율적인 조직설계가 필요하다.

김대중 정부 때 통상교섭본부 신설로 옛 외교통상부로 넘어갈 통상 기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현상이 타결된 노무현 정부, 한미 FTA가 비준된 이명박 정부까지 외교부에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부로 이관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치.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통상 문제를 외교력으로 풀려다가 미국산 소고기 파동이 터졌다는 게 이관의 이유였다. 다른 나라들이 통상기능을 어느 부처에 두는지는 산업구조 등에 따라 다르다. 제조업이 강하고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 중국, 독일은 한국처럼 산업 부처가 통상을 주도한다. 외교부가 통상을 맡는 호주, 캐나다, 칠레 등은 농축산업 등 1차산업 비중이 낮은 편이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 무역대표부(USTR가 통상 업무를 맡고 있다. 미중 냉정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통상과 외교 안보의 장점이 이전보다 훨씬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 무역질서가 자유무역에서 차국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관세무역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실물경제와 대외 통상을 따로 떼어내야 하는 시급한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최소 10년 가는 정부조직 개편안

 

차기 정부가 어느 부처에 통상 기능을 둘 것인지는 오로지 국익만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 판단 과정에서는 통상정책의 가장 큰 수요자인 기업의 목소리에 우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조직을 개편하려면 국가의 미래를 놓고 여야 간에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인플레이션, 북핵·미사일 등 시급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조직의 변화를 검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 문제가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의석 구조를 감안할 때 더불어민주당과의 공감이나 이해 없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 최소한 10년은 갈 수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부처 이기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정부 조직 개편은 정치인이나 공무원의 밥그릇을 위할 게 아니라. 정책 품질을 높여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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