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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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를 살면서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게 됐다. 무엇보다 가족의 의미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며 특히 침략자의 총탄으로 가족을 잃거나 생이별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의 비극을 뉴스로 접하면서 우리 사회 다문화가족에 대한 관심이 새삼 발현되는 요즘이다.

몇 년 전.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4명의 친구들에게 집단폭행을 피하다가 추락해 사망한 다문화가정 중학생을 우리는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다. 러시아 국적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던 한 부모 가정의 학생이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오래전 연락이 끊겼고 초등학생 시절부터 러시아 국적의 엄마 때문에 러시아 사람이라고 놀림을 당하면서 동급생들의 괴롭힘이 심각했다는 보도가 우리를 부끄럽게 한 사건이다.

2022년 대한민국은 이미 다문화 시대에 살고 있다. 체류 외국인 인구가 200만을 훨씬 넘어 우리나라 총인구수의 4.3%를 차지한다고 한다. 다문화 청년들이 군 복무를 하고 전국 초··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은 이미 10만 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구김살 없이 성장하며 자신들의 포부를 이루고 대한민국 사회발전에 기여할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육성하는 책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다문화가족의 자녀학령기에 성장주기별 지원 정책을 더욱 촘촘하게 마련해 아이의 엄마가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아이의 언어 인지능력 저하와 기초학습에 장애를 받지 않도록 살펴야 하겠다. 특히 영유아시기에 언어발달이 지체되지 않도록 언어 및 기초학습 지원에 정부의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

지구촌이 하나 되면서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에서 뚜렷한 존재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의 포용력은 그리 따뜻하지 못하다. 부디 그들이 가진 장점을 살려 다국적 언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인재로 키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다양한 직업군에 당당히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야겠다. 또한 피부색이 다르다고 주변으로부터 놀림거리가 되지 않도록 함께 사는 공동체 정신을 발휘하는 시민 의식이 요구된다.

태산(泰山)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고 강과 바다는 작은 개울물도 가리지 않고 받아 품는다. 또한 표면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가 있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치열했던 대선이 끝났다. 부디 한 줌의 흙도 버리지 말며 작은 개울물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애민하는 통치자를 기대해 본다.

비난은 인간을 파멸로 몰아가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는 뜻밖에도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에 충분하다. 다문화가정의 부모와 자녀들이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어떠한 차별이나 제약 없이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하며 다양성을 인정할 때 공동체의 발전은 무한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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