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새 50% 가까이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수급 대란
적자 시공 우려 현실화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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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데일리 정다미 기자] 봄철 건설 성수기를 맞았지만 여러 이유가 겹치며 건자재 가격이 급등해 건설업계가 비상이다.

봄철 성수기에도 지난달 건설업계의 체감경기가 전월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전월 대비 1.3포인트(p) 하락한 85.6을 기록했다. 100을 밑돌면 건설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문제가 됐던 국제 원자재가격 폭등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가 겹치며 건자재의 연쇄 가격 인상이 진행되고 있다. LX하우시스, KCC글라스, 현대 L&C 등은 원가부담을 이유로 대표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다.

창호, 바닥재 등 주요 제품 원재료가 되는 폴리염화비닐(PVC)은 전년보다 60% 상승했고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폴리염화비닐 가격은 유가와 밀접하다. 국제 유가가 지난해 상승세에도 배럴당 90달러를 넘지 않았으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로 인해 급등세가 이어지며 배럴당 100달러 이상이 유지되고 있다.

철근은 최근 t당 100만원을 웃돌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급등했다. 세계 각국에서 인프라 사업 확대로 철근의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최대 철근 생산국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며 값이 꾸준히 상승 중이다.

골재는 1㎥당 1만5000원으로 연초 대비 7% 이상 상승했다.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 여파에 업계 1위 삼표산업의 골재 생산 중단으로 수급 불안이 더욱 큰 상황이다. 지난 1월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에서 토사 붕괴 사고가 일어나 작업자 3명이 숨졌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사업장 전체 작업을 중지시켰다. 작업중지 명령이 언제 끝날지는 미지수라 하반기에 가격이 더 오르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시멘트는 지난해 7월 t당 7만8800원에서 올해 1월 9만3000원대로 가격이 상승했다. 제조원가 40% 차지하는 유연탄의 공급이 난항이다. 유연탄의 70%를 차지하는 러시아산이 경제 제재로 인해 공급이 불가해 앞으로도 수급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골재, 시멘트, 물 등을 섞어 만드는 레미콘 업계는 각종 원자재 가격 급등과 유가 인상으로 인한 운송 비용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가 인상에 맞춰 판매가를 올리면 되지만,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탓에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전체 공사비의 30%에 달하는 건자재 가격 상승으로 적자 시공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특히 중소·중견 건설사의 도산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건의했다.

이에 정부는 글로벌 변수에 따른 경기불안 방어에 나섰다. 먼저 유가 안정화를 위해 비축유를 방출한다. 지난달 초 비축유 442만 배럴을 방출한 이후 8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협의해 비축유 723만 배럴을 추가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 일본의 1500만 배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역대 최대 규모 방출을 통해 고유가 상황에 총력적으로 대응하고 국민경제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또 중소벤처기업부는 원자재 가격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섰다. 중소기업들이 공동구매를 통해 원자를 절감할 수 있도록 보증하는 원부자재 공동구매 전용보증 제도와 긴급경영안전자금 지원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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