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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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공동체를 살려야 한다. 사람을 옥죄고, 기업을 힘들게 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 오로지 시대 상황을 잘 살펴 법을 만들고, 공공의 이익을 좇아 법을 받들면 골고루 이익을 나눌 수 있다.

그렇다. 법은 공동체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담보 장치다. 백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패가 된다. 물론 모든 일을 법으로 규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백성의 자유와 창의를 방해하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기업 경영을 힘들게 하는 법과 제도는 마땅히 시대변화에 맞게 바꿔야 한다.

■법·제도 많으면 경제 활력 걸림돌

‘신규 규제 한 개에 기존 규제 두 개를 폐지한다.’ 규제개혁을 통해 경제 활성화의 동력을 얻고 있는 미국 얘기다. 자연 규제개혁이 이뤄지고 경제는 숨통이 트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영국 정부는 규제 총량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영국에선 새 규제가 생길 때마다 기존 규제가 3개씩 사라진다. 2010년 도입한 ‘원-인, 원-아웃(One-In, One-Out·신규 규제 1건을 만들 때마다 기존 규제도 1건씩 없애는 내용)’ 규제 비용 총량제를 2016년 강화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규제혁신을 외쳤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은 혁신성장을 위한 토대라고 할 수 있다고 전제, 새로운 융합기술과 신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혁신은 경제활력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당면과제이다. 지난 기간 동안 안팎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어느 정도 활력을 되찾았다.

한데 현실은 답답하다. 규제 혁파는 요원하다. 아니 더욱 기업을 옥죄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취지는 좋으나, 대기업을 ‘제제·응징의 대상’으로 보는 선악 구분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예컨대 올 1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제도적 보완이 요청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일선 기업들의 우려가 여간 큰 게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강화한 게 골자다. 법에 따라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중대사고=CEO 처벌' 등식이다. 기업인을 산업 발전의 동반자가 아니라 ‘범죄 유발자’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가 보여주듯 안전불감증에 따른 참혹한 현장 사고를 막자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기업은 없다. 하지만 처벌 규정이 과도하다는 지적은 법 예고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21년에 발생한 산재 사망자는 828명으로,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으면 수사 대상이 됐을 기업의 경영책임자는 190명에 달한다. 기업들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으나 모호한 규정이 많아 수사나 처벌 위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CEO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기업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별도 기관을 만들고, 이들을 통해 투명하게 기업 현장의 안전도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이 비용은 납품단가에 반영해 원청과 하청, 소비자들이 돈을 더 내는 방향으로 가는 게 글로벌 트렌드에도 부합하지 않겠는가.

문재인 정부의 몰아붙이기식 기업 규제는 기업은 물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생존 위기로 몰아넣는 한국경제의 초대형 악재다. 주요 기업집단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취급하며 규제로 옥죄기만 한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게 불 보듯 훤하다.

 

■“세상 변했으면 처방도 달라져야”

 

세계는 규제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전국시대 대표적인 법가인 ‘한비자’는 “균형을 헤아려 법을 만들고 백성을 인도해야 한다(量衡設法率民萌)”며 “세상이 달라지면 일도 달라지기에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世異事殊變處方)”고 말했다. ‘좌전’도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나라가 망하려고 하면 법과 제도가 많아진다.(國將亡 必多制)” 기업에 규제 족쇄를 채우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가.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건 기업이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과 한덕수 새 총리 내각이 출범하면 규제 혁파를 단행하길 기대한다. 물론 절대다수 국회의원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의 대승적 협조가 요청된다. 정치인이여, 기업과 기업인을 자유롭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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