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물보호연합이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별관 앞에서 KBS1 드라마 ‘태종 이방원’ 동물 학대 논란과 관련한 2차 기자회견 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한국동물보호연합이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별관 앞에서 KBS1 드라마 ‘태종 이방원’ 동물 학대 논란과 관련한 2차 기자회견 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코리아데일리 정다미 기자] 촬영 현장에서의 동물보호가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KBS1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진 이후 동물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영상 및 방송 매체 출연 동물보호 안내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계부처 담당자와 관련 전문가 등 약 20명이 모인 민관협의체를 통해 출연 동물보호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앞서 1월 말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가 공식 SNS를 통해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 장면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낙마 장면 촬영이 담겨 있는데, 말이 고꾸라지는 것을 찍기 위해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고 잡아당겨 인위적으로 넘어트리는 것이 포착됐다. 말은 머리를 바닥에 심하게 부딪혀 바로 일어나지 못했고, 며칠 뒤 사망했다. 이 같은 방식의 촬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방영한 KBS2 ‘각시탈’과 최근 종영한 ‘연모’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던 것이 알려져 더욱 논란이 가중됐다.

대중들의 공분이 일자 KBS 측은 이를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KBS와 드라마 홈페이지에 폐지를 요구했고, 배우 고소영, 공효진, 김효진, 최여진 등도 SNS를 통해 동물보호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동물보호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협회 측은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인 PETA(People for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사람들)로부터 영화 촬영장에서도 동물을 고의적으로 위험에 빠뜨리는 촬영을 금지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서신을 받았다. 이에 해당 서신을 총회 주요 논의 안건으로 상정하고 촬영 현장은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안전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다시금 공유했다. 이들은 출연 동물보호 가이드라인을 함께 고민하며 출연 동물보호, 복지를 위한 촬영 현장 환경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동물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민관협의체가 나선만큼, 또 다른 생명인 동물이 함께 안전하고 보호될 수 있는 촬영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실효성 없는 말뿐인 제안에 그치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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