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따라 입맛 다양한 고객을 위해 달리는 그들의 현실은 뜨겁고 맵다.

거리를 질주하는 배달원들 (사진=블러그캡처)
거리를 질주하는 배달원들 (사진=블러그캡처)

코로나 창궐 이래 가장 융성한 직업은 아마 배달업일 것이다. 도로는 시도 때도 없이 배달 오토바이들이 질주한다. 헬멧을 허술하게 눌러 쓴 배달원들은 차와 차 사이를 드나들며 곡예 부리듯 거리를 질주한다. 배달통엔 다양한 상표들이 질서 없이 붙어 있다. 피자, 치킨, 닭발, 족발, 오돌뼈 등등…. 사람들의 다양한 입맛을 위해 요리된 짐승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자동차 소음에 섞여 더 요란하다.

다양함을 넘어 난립하는 먹거리 세상. 24시간 영업은 기본, 배포한 전단지를 보며 야식을 고른다. 어차피 고구마 찌고 부침개 만들기는 번거로운 판, 거기에 생맥주나 콜라까지 곁들일 수 있으면 오늘 하루쯤 먹기 위해 산다고 정의 내려도 구차하지 않다. 간택 받은 품목에 따라 콜 사인을 보내면 배달원들은 그들의 입맛을 싣고 달린다. 어느 때라도 소비자가 주문하면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빨리 달려야 한다.

매번 도로를 장악하는 자동차 행렬이 원망스럽다. 비가 내리는 날 엘리베이터에 남아있는 고소한 치킨 냄새는 더욱 구미를 당긴다. 눈이 발목까지 빠지게 많이 내리는 밤이면 유독 밤은 더 길고 사람들은 잠들지 못한다. 배달원들은 빗물 뚝뚝 떨어지는 비옷 안에 행여 젖을세라 음식을 품고 추운 겨울에는 오직 눈만 보이게 방한복으로 무장한다. 음식이 식거나 흐트러지면 가차 없이 퇴짜 놓는 사람들과의 신경전도 서럽다. 시급을 다투며 ‘조금 더 빨리’를 외치다 보니 간혹 뭉개진 피자가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고객과 대치한다. 흐트러진 귀퉁이 몇 번 톡톡 쳐서 그냥 먹어도 되건만 굳이 되돌려 보내는 고객. 교환요청을 받고 되돌아가는 그들의 어깨가 땅에 닿을 듯 낮아 보인다.

자동차들과 부딪힐 듯 곡예를 부리며 때로는 식은땀을 흘리지만 멈칫할 수가 없다. 오로지 시간과 경쟁하고 시간과의 다툼만 있을 뿐이다. 도로 위에 미끄러져 넘어진 배달 오토바이를 간간이 목격한다. 그 곁에 뒹구는 치킨 조각은 가장 슬픈 현실의 자화상일까. 도시의 거리는 자동차 반, 배달 오토바이 반이다. 공원 어디엔가 끼어 앉은 고객을 찾기 위해 무전기를 작동하는 그들은 이 시대의 슈퍼맨이다.

취향에 따라 입맛을 다시는 고객을 위해 달리는 그들의 현실은 끓는 기름처럼 뜨겁고 고추장처럼 맵다. 젓가락 한 개도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자동차 사이를 무모하게 달리며 먹거리를 나른다. 사람들의 무심한 젓가락 놀림에 그들의 하루가 울고 웃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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