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한국화가들 밀리언 달러 클럽 작가로 거듭나

아트테크 관련 홍보물 (사진=개인블러그)
아트테크 관련 홍보물 (사진=개인블러그)

[코리아데일리 이주옥기자] 아트테크, 예술을 뜻하는 아트(Art)와 재테크를 합성한 말이다. 쉽게 말하면 예술품을 구입하고 소유하면서 그 저작권료 등을 얻어 수익을 창출하는 신세대 재테크 도구의 하나다. 외부의 작은 변화 하나에도 오르락내리락 하며 피를 말리는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보다는 일단 어감부터 조금 더 여유가 있다.

봄을 맞아 미술품 경매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듯하다. 이중섭 화가의 ‘닭과 가족’이 모 옥션에 14억 원으로 출발한다는 소식이다. 마흔을 갓 넘겨 외롭게 죽어간 불운한 화가의 그림이 70여년이 지난 지금에 값으로 매겨진다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조금 쓸쓸하다.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연 1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저 단순하게 전시회를 통해 그림 감상을 하면서 감성을 채우고 범접하기 어려운 예술의 세계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니 이 또한 격세지감이다. 작고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미술사랑은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그의 사후 소장 작품에 대한 설왕설래에 한동안 어수선했을 정도로 방대한 수집품을 자랑했다. 심지어는 미술도서 '이건희 컬렉션'은 미술 분야 서적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한 것을 보면 이 또한 예술작품들의 새로운 가치와 인식의 변화다.

1995년 중국의 한 신진 작가가 자신의 그림을 컬렉터에게 5000달러(약 500만원)에 팔았다. 이 그림은 12년 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590만 달러(약 55억원)에 낙찰됐다. 가격이 무려 1000배 넘게 폭등한 이 작품은 바로 중국 대표 작가 웨민쥔이 1995년 그린 '처형'이다. 이 그림은 스페인 화가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의 학살'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총살을 앞둔 그림 속 인물들이 하얀 이빨을 드러낸 채 자지러지게 웃는 모습이다. 당시 이 그림이 중국 체제를 비웃었다는 평가를 받아 그림 이상의 의미를 내보였다.

우리나라 대표화가들의 그림도 아트테크에 밝은 사람들에게 재테크로서 관심의 대상이 된지는 꽤 오래됐다. 일찍이 박수근 화백의 ‘시장의 여인들‘이 25억 원, 김환기 화백의 ’항아리‘는 12억 원, 이중섭의 ’통영앞바다‘는 9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미술계를 비롯한 문화계에서는 드디어 예술의 이름 위에 자본의 노골적인 동그라미를 붙여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후 김환기 화백의 그림 ’고요‘는 65억 원까지 치솟다가 끝내 1971년 작 ’우주‘가 2019년에 132억 원에 낙찰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한국 그림이 세계 주류 미술 시장에 확고하게 진입한 계기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자본주의에서는 돈의 위력을 따라갈 것은 없으며 무엇보다 당당하다. 예술이라는 난해한 이름 뒤에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가치와 명예를 논한다면 그 또한 시대적 착오일까.

예술가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에는 단순히 어느 물상이나 관념에 색을 입히는 일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영혼이 투영된 전부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술품의 가격은 곧 작가의 자리이며 작가의 값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트테크는 요즘 2030 MZ세대에게 초관심사다. 안목과 열정, 그리고 거기에 행운까지 따라준다면 부동산과 주식 못지않게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분야다. 미 유명배우가 술김에 산 앤디 워홀 작품 '리즈#5'로 200억 원 넘게 벌었다는 얘기가 더 현실감 있게 다가드는 이유다.

이쯤에 아트딜러들은 거액이 없더라도 미술품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면 뜻밖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내가 산 그림이얼마 만큼 폭등해서 나의 자산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일종의 도박일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조급하게 돈으로 환산하기 급급하기보다 훌륭한 미술품을 집에 걸어두고 즐기는 만족감을 먼저 앞세우는 마음의 소장각을 지니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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