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하고 조용한 나만의 핫 플레이스가 새삼 절실한 시절

대형 카페 (사진=이주옥기자)
대형 카페 (사진=이주옥기자)

[코리아데일리 이주옥기자] 핫 플레이스, 일명 요즘 뜨는 곳이다. 지인들은 핫플레이스라는 명목으로 때론 무리 짓거나 때론 셀카를 이용해 자신이 누리는 문화를 공유하자고 부추긴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 안에서 타인의 삶을 동경하기도 한다. 핫 플레이스에 발자취를 찍기 위해서는 금전은 물론, 시간 또한 필수다. 아무리 멀어도 남이 가고 남이 먹는 것은 나도 해야 한다는 심리일까, 아니면 그런 무리 속에 끼어들지 못하면 왠지 도태되는 것 같기라도 한 것일까.

하지만 핫 플레이스의 수명은 생각보다 짧다. 떴다 가라앉는 시간이 번개 같아서 자칫 게으름을 피우다가는 그저 입맛만 다시고 말 때가 허다하다. 언제는 지극히 한국적인 것을 간직한 동네가 뜨더니 어느 순간 우리나라가 맞는가 싶은 이국적인 거리와 식물원을 방불케 하는 대형 카페들이 화제다.

SNS가 범람하는 시대에 한 개인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따라다니며 누군가에게 어디인지 또는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인증 샷은 필수다. 여행지나 작은 카페에서 사진을 찍어 자신의 행동반경을 알리고 취향을 밝히며 지인, 또는 불특정 다수와 소통한다. 그러다보니 시간이나 거리에 상관 않고 사진 속에서 혹은 영상 속에서 봤던 멋진 거리나 카페, 음식점 등을 순례하며 이 시대가 제공하는 문화를 만끽한다. 가능하면 더 멋지고 더 맛있어 보이게 찍어 보여준다. 소위 말하는 ‘핫 플레이스’에 발자국을 찍는 것으로 이 시대에 존재감을 심으며 공감과 동질의 무리 속으로 끼어든다. 

코로나는 어느새 20만을 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유명한 식당이나 카페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마트 또한 쇼핑카트가 부딪힐 만큼 북적거린다. 특히 인기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장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름 없는 골목의 작은 가게들은 아예 손님이 끊겨 문 앞에는 임대 광고가 붙고 불안한 생계의 고리 앞에서 절망한다.  

물론 ‘핫’한 곳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소문만 났다 하면 우후죽순 생겨나는 비슷한 테마나 분위기를 갖춘 경쟁 가게가 생기는 바람에 오히려 매출이 떨어진다고 상인들은 난색을 표한다. 사람들은 나만이 아는 나만의 공간을 불특정 다수에게 빼앗긴 느낌이 들어 오히려 발길을 끊는 아이러니한 현상. 이는 나만의 공간이나 시간을 고수 하고 싶은 본능적 소유의 심리일까. 아니면 군중심리에 편승하지 않겠다는 나만의 뚝심일까.  

나는 학창시절부터 늘 단짝이 있었고 화장실조차도 늘 가던 곳만 이용할 정도로 변화나 변경을 싫어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동네 마트나 재래시장도 늘 같은 가게만 가고 세제나 화장품도 큰 이상이 없는 한 같은 제품만 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번 맺어진 인연이라면 약간의 부대낌을 감수하고라도 오래 유지하는 편이며 웬만해서는 새로운 인연 만들기를 시도하지 않는다. 이처럼 변화를 싫어하다 보니 뭔가 새로운 일을 시도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망설여지고 두렵다. 그래서 생활은 단조롭고 인간관계의 폭도 그리 넓지 않다.

삶에 있어 다양성은 중요하다. 나 또한 소극적이나마 SNS를 하다 보니 딱히 작정하지 않아도, 또는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이 시대에 존재하는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간간히 나만의 것이라고 고집하면서 소중히 여길 만한 것이 없다는 아쉬움과 공허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쩌다 들러 편안하게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술집, 공원을 걷다가 걸터앉아 쉬는 나만의 고정벤치, 언제고 들러서 마음을 부릴 수 있는 소박하고 자그마한 동네 찻집 등 나만의 핫 플레이스를 정해두어도 괜찮을 듯싶다.

세상은 분명 누군가와 동행하며 공감하며 사는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나만의 솔직한 감정이 머물고 작은 치부조차도 가릴 필요 없는 나만의 공간도 필요할 것 같다. 모두의 발길이 찾아드는 곳이 아닌, 푸근하고 조용한 나만의 핫 플레이스가 새삼 절실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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