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조선 스페이스 개관전, 부녀 작품 40여전 전시

▲ 하인두, 하태임 부녀전 '잇다, 잊다, 있다' (사진=이주옥기자)

[코리아데일리 이주옥기자] 부녀 화가가 나란히 전시회를 열어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현대 추상화가로 한 획을 긋고 있는 아버지 하인두 화백과 서양화가인 딸 하태임 부녀전. 조선미디어그룹의 아트 전문 복합문화 플랫폼 '아트조선스페이스(ART CHOSUN SPACE)' 개관전으로 추상화가 하인두·하태임 부녀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하인두·하태임 부녀의 40여 점의 작품이 공개 돼 부녀로서, 동료로서 또한 한국화와 서양화를 전공한 화가로서 선명한 작품 대비를 이루고 있다.

‘잇다 잊다 있다’라는 독특한 주제가 먼저 눈길을 끈다. 이는 각각 과거(잊다)와 현재(잇다) 그리고 미래(있다)를 의미한다. 또한 과거의 유산과 기억이 현재의 작업 행위와 전시 기획이 한데 엮여 미래를 향한 창의적 발상을 도모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 하인두 화백은 불교철학에 바탕을 둔 기하학적 색면 추상화의 선구자로 이름을 올린 화가다. 딸 하태임 작가는 ‘하인두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싫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예술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의 누구라는 편견은 불편하면서 고통일 수도 있으리라. 그래서 오랫동안 아버지 작품을 의도적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을 터, 하지만 재능은 유전자를 무시하고서는 존재감이 미미할 수도 있다. 혈육으로서, 또는 선배로서 아버지의 존재감은 곧 그녀의 다른 이름이고 피할 수 없는 그림자이지 않겠는가.

하태임은 캔버스 위에 곡선의 여러 색띠를 겹쳐서 그린 ‘통로’(Un Passage)를 연작하면서 존재감을 새긴 화가다. 그림에서 보여지는 무지개빛 같기도 하고 오방색 같기도 한 화려한 색감을 현대적 문양으로 표현한 것이 마치 사찰의 단청이나 민화를 연상하게 한다. 그녀는 “내 그림이 우주를 스치는 빛의 일부를 담는다면, 아버지 그림은 화면 하나가 완전한 기승전결을 이루는 우주다.”라며 아버지를 자신의 화풍 근원으로 삼고 있음을 내비친다.

널찍한 갤러리를 들어서면 1980년대 하인두 화백이 그린 ‘성상’<위>과 딸 하태임이 지난해 완성한 ‘통로 No.211062′<아래>가 나란히 걸려 부녀전을 상징하고 있다.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오묘함이 발길을 붙든다.

딸 하태임의 색채는 아버지에 비해 투명하다. 이는 프랑스 유학 당시 경험했던 소통의 어려움과 외로움의 표현이다. 이에 대해서 하태임은 “몸을 컴퍼스 삼아 문자를 지워내듯 붓질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온 색의 곡선이다. 인생사 모든 것이 길(Passage)을 통과하면 다른 장소가 펼쳐지지 않은가. 내 그림 역시 궁극의 이미지에 닿기 위해 지나야 하는 수많은 길 중 하나다.”라고 설명한다.

하태임의 그림 18점은 모두 개막전에 팔렸다. 이제는 ‘하태임의 아버지 하인두’여도 전혀 손색없는 결과다.

하인두 화백은 경남 창녕 출신으로 서울대를 나와 1986년 제5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과 한불미술협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1989년에 사망한 한국화가다. 하태임은 1973년생으로 홍익대 미술학박사이며 삼육대학교 미술컨텐츠학과 교수를 지낸 서양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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