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수필이란 경험 과정에서 체득한 내면의 기록과 자신의 정신세계에 미친 영향이 있어야 문학적 가치가 있다""

오순자 평론집 <수필작품에 내재된 작가의 정신적 가치와 정서>

[코리아데일리 이주옥기자] 오순자 평론집 <수필작품에 내재된 작가의 정신적 가치와 정서>가 신아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이번 평론집에는 대한민국 수필계 원로작가부터 젊은 작가까지 총 20명의 작가와 작품이 소개됐다. 제1장은 피천득을 비롯 4명의 원로작가, 제2장에는 한계주 등 5명의 중견작가, 3장에는 김은주, 김현숙 등 11명의 젊은 작가 작품으로 구분됐다. 수필이라는 장르는 대부분 개인적인 사연이 제재가 되기에 수필집 한권을 읽으면 한 사람의 역사를 다 알 수 있다고 할 만큼 단순히 신변잡사나 신세타령에 그칠 수 있는 장르다. 그에 문학적 위상에서 약간 폄하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양산되고 있는 작품 중 오 작가는 특유의 예리한 시선과 따뜻한 감성으로 보석 같은 글들을 찾아내 작가의 정신적 가치와 정서를 읽어냈다.

오순자 평론가를 만나 현시대에 수필이 갖는 의미와 함께 좋은 수필 쓰는 법을 들어본다.

Q. 평론집 발간을 축하한다. 발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본래 영미소설을 전공했다. 솔직히 수필은 소설에 비해 잡히는 게 없었던 게 사실이다. 먼저 피천득을 통해 수필을 접하게 됐다. 수필은 우리 일상에 깊이 들어앉은 장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문학적 가치를 지닌 채 각광을 받았다고도 할 수 없다. 수필은 타 장르에 비해 접하기 쉽고 마치 일기처럼 가볍게 쓸 수 있는 분야로 치부됐다. 일례로 임금님께 올린 상소문, 친구에게 쓴 편지 또한 일종이 수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 역사 또한 길다고 할 수 있다.

Q. 평론집에 수록된 작품 선정 기준은.

일단은 내 마음에 드는 작가를 선별한 것이 특별하다면 특별하다. 피천득은 사소한 일상을 써서 수필 저변 확대에 지대한 공로를 세운 작가다. 누구나 10-20대의 과정을 거치면서 문학소년 소녀 아닌 사람이 없었듯 피천득의 수필은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글을 써 볼 수 있는 용기를 준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어 허세욱, 손광성, 맹난자 선생으로 계보를 이어간다. 어쩌면 이들이 수필이 문학으로서 터전을 잡는데 공헌을 한 작가들이 아닐까 싶다.

Q. 선생님께서는 수필로 먼저 등단했다. 수필을 쓰게 된 계기는.

미국 유학 생활 중 우연히 뉴욕 한국일보 신춘문예 공모 광고를 보게 됐다. 당시 당선이 되면 1천 달러의 상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아르바이트를 해서 경제적인 부분을 충당해야 하는 유학생에게는 큰 매력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등단작은 <연>이었는데 허드슨 강 은행나무에 줄이 끊긴 연이 걸려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인간의 자유를 생각했고 그에 담담한 사유를 담은 글이었는데 생애 처음 쓴 글이 당선의 영광을 안겨줘 얼떨떨하면서도 벅찼다.

Q. 평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영미문학을 전공으로 유학생활을 했다. 소설을 공부하면서 내용과 인물을 분석하는 게 습관 아닌 습관이 됐다. 그러다보니 수필 또한 읽으면서 버릇처럼 분석을 하게 되고 거기에 마음에 드는 작가와 작품들을 더 관심 있게 분석하고 평을 하게 됐다. 에세이 문학 맹난자 선생의 글평론을 하게 됐고 선생의 권유로 <수필과비평>을 통해 정식 평론가로 등단하게 됐다. 특히 이번 평론집은 어느 문예지로부터 청탁을 받은 작품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론가로 유명세를 노린 것도 아닌, 내가 원하는 작가의 작품에 자의적인 애정을 갖고 분석해서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는 데에 보람을 느낀다. 평론은 한 사람의 작품을 깊이 읽으면서 작가와 동화되기에 평론집을 발간하는 과정에서 수록된 작가들의 성품까지 다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다른 장르에 비해 베이스가 많다는 점도 수필 평론을 쓰게 된 동기 중 하나다.

Q. 현재 우리나라 수필은 어느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솔직히 아직은 변방에 있다. 시나 소설은 몇 백 년의 역사를 지니고 화려한 사조를 겪으며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했지만 수필은 겨우 3-40년의 짧은 역사를 지닌, 아직은 탐험기라고 할 수 있다. 유학에서 돌아왔을 때 한국 수필은 나름대로 활발히 쓰여 지고 있었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에세이 문학 등단작 심사를 맡으면서도 늘 문학의 바탕이 훌륭한 작품이 나오기를 내심 기대하지만 아직은 불안하다. 하지만 개중에는 미래가 촉망되는 젊은 작가들이 눈에 띠기에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Q. 좋은 수필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수필은 경험한 과정을 기술하고 뒤에 사유를 집어넣는 방식이 대부분이지만 이제 그런 전범적인 수필은 지양해야 하지 않겠는가. 경험 과정에서 체득한 내면의 기록과 자신의 정신세계에 미친 영향이 있어야 문학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필의 단점은 문학적인 기재로서의 상상력이 결핍된 점이다. 경험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체성의 제일 요소로 강조하면서 그 울타리 안에 갇혀있다. 그것은 인간이 진심만을 표현하면서 살고 있다는 가정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이 삶 속에서 진심만을 표현하면서 살 수는 없고, 많은 가식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자신이나 타인에게서 눈에 띄는 많은 가식을 오히려 허구를 통해서 진실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상상력을 통해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표출할 수 있어야 아직은 변방에 있다시피 한 수필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갈 수 있을 것이다.

Q. 수필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무엇보다 퇴고를 많이 해라. 내 맘속에 있는 것을 다 쓰려고 하지 말고 과감하게 덜어내는 법을 알아야한다. 굳이 쓰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짐작하고 알만 한 내용은 과감히 삭제하라. 즉 독자를 신뢰하고 지우는 연습을 끝없이 하는 것이 좋은 수필을 쓰는 첩경이다.

Q, 끝으로 선생님께 쓴다는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계획은.

쓰는 것은 나를 표현하는 방법 중 가장 고차원적 방편이다. 창작의 기쁨은 곧 삶의 보람이고 기쁨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제3자의 눈으로 다시 읽어보면 대부분 부끄럽다고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실이고 사랑이 아닌가. 가까운 시일 안에 그동안 묶어둔 글을 모아 수필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평론집이 수필 발전에 미미하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평론가 오순자

<오순자 평론가 프로필>

한일장신대학교 영문과 교수 퇴임

전 수필문학진흥회 부회장

뉴욕 《한국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1996년)

《에세이문학》 《계간수필》 수필 등단 (2007)

《수필과비평》 평론등단 (2012)

저서: 《생활속의 글쓰기》

수필집 《천년을 준다면》

평론집 《수필작품에 내재된 작가의 정신적 가치와 정서》

수상: 신곡문학상

Email- soon5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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