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감독의 지도아래 박경수의 활약 두드러져

▲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KT위즈 (사진=한국프로야구협회)

KT가 마침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며 2021년 프로야구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KT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8-4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KT는 올해 첫 정규시즌 패권을 차지함은 물론, 한국시리즈마저 4승 무패로 마무리, 2021년 프로야구를 완전 평정했다. 1982년 출범 후 한국시리즈 스윕이 나온 것은 올해로 9번째이며 첫 진출팀이 4전 전승이라는 새로운 기록도 남겼다.

KT는 지난 2013년 10번째 구단으로 프로야구에 뛰어든 뒤 2015년부터 KBO리그에 참가, 창단 8년, 1군 진입 7시즌 만에 첫 한국시리즈 제패의 감격을 누렸다.

특히 2019년 부임해 3년 만에 팀을 정상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과시한 이강철 감독의 수훈을 빠뜨릴 수 없다. 선수 시절 한국시리즈 MVP를 받았던 이가 감독으로 또 다시 한국시리즈를 정복한 것은 최초의 사례다.

백업 포수 허도환 외에는 우승 경험이 전무했던 KT 선수들은 평생 자랑거리인 우승 반지 하나씩을 손에 넣었다. 만 40세 유한준과 37세 베테랑 박경수도 첫 우승의 한을 풀었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빛난 별은 박경수였다. 박경수는 MVP 기자단 투표에서 총 90표 중 67표를 얻어 11표를 받은 황재균을 가볍게 제쳤다. 상금은 1000만원. 전날 부상을 당한 박경수는 목발을 짚고 시상대에 올라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선발 배제성은 5이닝 3피안타 6탈삼진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1~4차전 모두 선발 투수가 승리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9회말 2사 후 강백호가 1루 땅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신고하자 KT 선수들은 모두 벤치를 박차고 나와 한데 엉켜 기쁨을 만끽했다.

잠시 호흡을 고른 선수들은 누군가를 애타게 찾았고, 동료들의 부름에 목발에 의지한 박경수가 세리머니에 가세하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통산 7번째 정상을 노크했던 두산은 4전 전패로 발걸음을 돌렸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차례로 거치면서 쌓인 피로를 극복하지 못했다.

선발 곽빈이 0.2이닝 3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일찌감치 구상이 꼬였다. 이후 8명의 투수들을 붙여 총력전을 펼친 두산은 쉽게 넘보지 못할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업적을 남겼다.

KT는 대다수 관중이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선제점을 얻었다.

1회초 선두타자 조용호가 볼넷으로 출루하자 황재균이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로 화답했다. 조용호가 여유있게 홈에 안착하면서 KT가 리드를 잡았다.

계속된 2사 1,3루에서는 장성우와 배정대가 연속 적시타를 날려 3-0을 만들었다. 1차전에서 5이닝 비자책을 기록했던 두산 선발 곽빈은 1회도 채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떠났다.

KT의 공세는 2회에도 계속됐다. 선두타자 심우준이 빠른 발을 이용해 3루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하면서 다시 한 번 두산을 압박했다.

조용호의 보내기 번트로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보낸 KT는 황재균의 2루타로 1점을 추가했다. 2사 1,3루에서는 호잉이 두산 세 번째 투수 최승용에게 중전 적시타를 뽑아 KT가 5-0까지 치고 나갔다.

3회까지 KT 선발 배제성에게 퍼펙트로 끌려가던 두산은 4회말 선두타자 박건우의 2루타로 반격을 알렸다. 두산은 1사 후 김재환의 1루수 강백호 옆을 스치는 2루타 때 1점을 만회했지만 두산은 계속된 1사 2루에서 강승호와 양석환이 각각 중견수 플라이와 삼진으로 아웃돼 격차를 더 좁히진 못했다.

KT는 잠깐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다. 5회 선두타자 신본기가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박경수의 부상으로 한국시리즈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신본기는 깜짝 홈런으로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다시 5점차로 끌려가게 된 두산은 상위 타선이 재등장한 6회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무사 1루에서 박건우가 우측 펜스를 직접 때리는 2루타로 기회를 연결했다.

올 가을 두산 타자 중 가장 좋은 타격감을 자랑하는 페르난데스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페르난데스가 친 공은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졌고, 주자 2명이 홈으로 향했다. 스코어는 3-6.

3점차로 쫓겼지만 KT는 흔들리지 않았다. 불펜 투수로 변신한 에이스 고영표를 투입, 두산의 상승세를 잠재우더니 8회 한 방으로 쐐기를 박았다.

호잉은 8회 2사 1루에서 두산 마무리 김강률의 빠른 공을 잡아 당겨 우측 외야 관중석에 꽂히는 투런포를 터뜨렸다. 두산의 마지막 희망마저 꺾인 순간이었다.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은 이번 시리즈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조현우와 8회 다시 만나 솔로 홈런으로 분풀이를 했지만 이미 승기는 KT 쪽으로 크게 기운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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