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원희룡 두 후보측,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에게 유리한 '경선판 짜기'라는 의구심 드러내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화상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주옥 기자】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대선 경선 관련으로 연이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유승민 전 의원은 침묵하고 있다.
 

이에 윤석열, 원희룡 두 후보 측은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에게 유리하게 경선판을 짜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주부터 당대 대선후보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 대표는 당내 대선 후보 토론회를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상대적으로 토론회 준비가 부족한 윤 전 총장측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는데, 윤 전 총장의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탄핵'발언을 하자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측이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 대표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으며 이후 이 대표가 당 경준위원장인 서병수 의원을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하려고 시도하자 복수의 최고위원들, 윤 전 총장측,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이 공정경선을 저해한다며 반대하고 나서며 연일 혼탁한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내홍 끝에 18일과 25일로 예정됐던 당 예비후보 토론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하면서 대신 25일 비전발표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렇듯 내홍이 정리되는 듯 싶었지만, 원 전 지사가 이 대표가 자신과의 통화 중 '윤 전 총장이 금방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폭로해 또다른 갈등이 시작됐다.

이런 갈등 과정에서 이 대표의 결정과 언행이 의심을 받는 이유는 이 대표가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깝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유 전 의원에게 유리한 경선판을 짜고 있다는 게 윤 전 총장측과 원 지사의 판단이다.

윤 전 총장측과 일부 주자들은 이 대표가 유 전 의원에 유리한 경선룰 도입과 선관위원장 임명 등을 통해 선두주자인 윤 전 총장을 견제한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유 전 의원이 초선의원일 때 의원실 인턴을 했다. 또 이 대표의 부친은 유 전 의원과 고등학교·대학교 친구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18일 현재 유 전 의원은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 이에 유 전 의원 캠프 관계자는 "이 대표와 다른 주자와의 갈등에 대한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며 "내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고 일축했다.

유 전 의원 입장에선 지금 상황에서 관련 입장을 내는 거 자체가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4일 울산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대선에 출마하는 게 부담도 있을 것 같다'는 질문을 받고 "부담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저나 이준석 대표나 개인적 친분으로 경선 룰을 정하진 않는다"며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공사 구분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오히려 저나 가깝게 지낸 이들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이준석 대표가 저와 가까운 걸 오해받기 싫으니깐 '배나무 밑에서 갓 끈 안 고쳐맨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해당 인터뷰를 제외하곤 그 이후에도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간 갈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6·11 전당대회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전대 당시 나경원·주호영 당대표 후보는 이준석 후보를 향해 '유승민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 공격했다.

침묵하던 유 전 의원은 지난 5월 26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단 한번 그들을 향해 "진짜 낡은 구태 정치라는 생각이 든다. 찌질하다"고 비판했을 뿐 이후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유 전 의원 입장에선 이번에도 지난 전대 때와 마찬가지로 어떤 말을 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양상으로 이번에도 이 대표의 편을 들면 노골적으로 '유승민계파' 논란이 일면서 사태가 커질 것이고, 그렇다고 이 대표를 굳이 공격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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