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에서 떼내 지방소비세로 주는 비율 25.3%로 끌어올려 지방소멸대응기금 신설 보충해주기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년 지방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주옥 기자】정부가 재정난에 처한 지방자치단체를 위해 매년 5조3000억원의 재정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국세인 부가가치세에서 떼어내 지방소비세로 주는 비율을 25.3%로 끌어올리고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신설해 보충해 주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인구 소멸 위기에 봉착하거나 재난 피해를 입은 지자체에 지방교부세도 더 준다.

재난 대응에 한해 예외적으로 예산 재전용을 허용하고,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사업은 투자심사 대상에서도 제외해 지역 개발사업에 속도를 낸다.

행정안전부는 11일 전해철 장관 주재로 '2021 지방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2단계 재정분권 세부 추진방안 및 지방재정 혁신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 회의는 지난달 28일 국회 재정분권특별위원회 당·정·청 전체회의에서 합의한 '2단계 재정분권 추진 방안'을 지자체와 공유하고 세부 운영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부가가치세 중 지방소비세 전환 비율을 현재 21%에서 내년 23.7%, 2023년 25.3%로 2년에 걸쳐 총 4.3%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기능 이양 2조3000억원과 교부세 자연감소분 8000억원을 더해 연 평균 4조1000억원이 충당되게 된다. 이는 국고보조사업의 지역별 기능 이양 규모에 따라 먼저 보전하되 남은 금액은 시·도별 소비지수·가중치(수도권:광역시:도=1:2:3)에 따라 배분하기로 했다. 이런 방식에 따른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 배분 비율은 6대 4이며, 기초단체 간에는 인구와 재정력 지수 등을 고려해 세부 배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소멸대응기금을 신설해 1조원을 추가 확보한다. 재원은 지자체 교부금(지역소멸대응특별교부금)으로 마련하되 내년에는 사업 준비기간을 고려해 7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인구·면적·지역소멸도·재정력을 고려해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 25대 75대로 배분하고, 낙후지역 인프라 개선에 짜임새 있게 쓰이도록 지자체에서 투자계획을 세워 운영하도록 한다.

기초단체의 기초연금 등에 대한 국고보조율을 상향해 약 2000억원 규모의 지방비 부담도 완화한다. 지역소멸대응기금의 도입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자치구에 국고보조율 인상 효과를 집중해 사각지대를 보완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지난해 기준 '73.7 대 26.3'에서 '72.6 대 27.4'로 약 1.1%포인트 개선된다. 문재인 정부의 당초 달성 목표인 '7대 3'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비록 당초 정부가 목표로 했던 국세와 지방세 비율에 다소 미치지는 못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더욱 진전된 3단계, 4단계 재정분권 논의에 필요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순은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도 "이번 2단계 재정분권에서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까지 조정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재정분권은 지난 정부의 지방세 감세에 대한 재정보충 성격과는 달리 1단계 8조5000억원(을 더해) 연간 총 13조8000억원 규모의 지방 재정을 확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재정분권은 단순히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조정에 그치기 보다는 지방재정 자립기반 구축을 위한 구조적 혁신과 함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2단계 재정분권을 통해 늘어난 재원에 대한 세출 자율성은 확대하는데 그 내용만 12가지다.

지방기금을 민간에 위탁 관리·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위탁 기간은 4년 이내로 제한하고 1회에 한해 갱신 가능하도록 했다.

코로나19 등 위급한 재난 상황에 적기 대응할 수 있도록 재난 대응에 한해 예외적으로 예산 재전용을 허용한다. 현재는 당초 편성한 예산을 다른 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전용한 경우 그 예산을 재전용하지 못하게 돼 있다. 재난 대응 시 기금운용심의위원회 심의도 생략할 수 있다.

또 공공주택 개발사업 추진에 한해 공사채 발행 한도를 광역 개발공사는 순자산의 350%, 기초 도시공사는 230%까지로 각각 확대한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다 자본조달이 어려운 사업 특성을 고려한 조처다. 현재 광역 개발공사는 순자산의 300%, 기초 도시공사는 200% 내에서 공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국무회의를 통해 예타 조사를 면제받은 사업은 지방재정 투자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현행 규정에는 예타를 면제받았더라도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어 '중복규제' 논란이 일었다.

지방의회 관련 4개 경비에 대한 총액한도를 소비자물가상승률범위 내에서 매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4개 경비는 의정운영공통경비, 의회운영업무추진비, 의원국외여비, 의원역량개발비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최초 한도 설정 시 4년간 한도가 고정되도록 해야 했다.

그 밖에도 종료된 자체사업의 이월 예산 잔액을 지방의회 의결을 통해 회계연도 중 신규사업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에도 지방연구원 설립을 허용하고, 공사 자본금의 10% 이내에서만 출자 가능한 지방공기업 신규 투자사업 출자한도를 상향한다. 교부세 산정 시 지자체에서 직접 증빙해야 하는 통계 56종 중 중앙부처 공식통계 41종(73.2%)은 증빙을 제외해 업무 부담도 낮춘다.

전 장관은 "자치분권의 핵심 가치는 지자체의 자율성 확대에 있다고 본다"면서 "단순히 재원의 규모 자체를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늘어난 재원을 지자체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는 맥락에서 12개의 자율성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2022년도 교부세 혁신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이 방안은 새로운 행정환경 변화를 반영해 교부세를 지급하는 게 골자다. 

코로나19 위기 속 일자리 창출과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발굴에 힘쓴 지자체에 교부세를 더 배분하게 된다. 인구 소멸 위기에 처했거나, 외국민 주민 수가 급증했거나, 재난 피해가 발생한 곳에도 더 준다.

교부세는 지방의 핵심 자주재원으로 올해 기준 약 59조원에 달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교부세 법정률 인상을 추진한다. 법정률은 지난 2006년 19.24%로 설정된 후 15년째 유지되고 있다. 

전 장관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자체, 국회, 관계부처 모두가 합심해 어렵게 이끌어 낸 성과인 만큼 차질없이 완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방재정 확충과 연계해 지방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사업은과감하게 이양하는 등의 자치분권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며 "정부부처, 지자체와 협력해지방재정 확충과 자립을 위한재정분권을 지속적으로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