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했던 정치 역정 뒤로 하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주옥 기자】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71)가  퇴임한다. 재임 기간 15년 2개월의 역대 최장수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확실히 되고 있다.

‘반(反)네타냐후’를 기치로 내건 9개의 이스라엘 군소 정당들은 2일(현지시간) 연립정부 구성에 최종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리쿠드당은 3월 총선에서 크네세트(의회) 전체 의석수 120석 중 30석을 얻어 원내 제1당을 유지했지만, 원내 제2당인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17석)를 중심으로 9개의 군소 정당들이 이날 마감 시한 1시간을 앞두고 극적으로 68석을 이뤄 ‘반란’에 성공했다.

예시 아티드 당대표인 TV 앵커 출신 야이르 라피드는 성명을 내고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에게 연정 타결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 2009년 3월 31일 재집권 이후 12년 2개월을 재임한 네타냐후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11일 전쟁 등 최근 파란만장했던 정치 역정을 뒤로 하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됐다.

중도 성향의 청백당(8석),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 우파 성향의 ‘뉴 호프’(6석), 아랍계 정당 연합 ‘조인트 리스트’(6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6석), 극우 성향의 야미나(7석), 아랍계 정당 라암(4석) 등이 이번 연정에 참여했다.

네타냐후 총리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 네타냐후 축출에 결정적 공헌을 하고 차기 총리직을 약속 받은 나프탈리 베네트 야미나 대표.[AP]

3월 총선 직후만 해도 네타냐후 지지 52석, 반네타냐후 성향 45석으로 네타냐후가 우세했지만, 지난달 31일 네타냐후 보좌관 출신 극우 정치인 나프탈리 베네트(49)의 야미나가 돌아서면서 승부가 사실상 판가름났다.

막판에는 제3지대의 아랍계 정당 라암마저 반네타냐후 진영에 가세해 힘을 보탰다.

네타냐후 지지 정당은 제1당 리쿠드 외에 초정통파 유대교 계열의 ‘샤스’(9석), 토라유대주의당(7석), ‘독실한 시오니스트당’(6석) 등 기존에 알려진 네타냐후 우호 세력 그대로였다.

1주일 이내에 실시되는 의회 신임 투표 절차를 거치면 이들 정당이 참여하는 거국적 ‘무지개 연정’이 공식화한다.

이번 연정을 주도한 야이르 라피드 예시 아티드 대표는 네타냐후로부터 우파 연정 제안을 받은 베네트에 반네타냐후 연정 참여 조건으로 순번제 총리제를 제안하고 총리 우선순위를 양보해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7석에 불과한 소수당 대표로서 차기 총리 자리를 확보한 베네트는 네타냐후 내각에서 경제·종교·교육 등 여러 장관직을 역임했지만, 2018년 국방장관직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뒤 갈라서 독자 행보를 이어왔다.

1990년 군 입대해 이스라엘군 최정예 특수부대 ‘사이렛매트칼’ 지휘관으로 다수 작전에 참여했다.

전역 후 미국으로 건너가 소프트웨어 회사 사이오타(Cyota)를 매각해 큰돈을 벌었고, 이후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다 귀국, 당시 야당 정치인이던 네타냐후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스라엘 의회 의원이 되기 위해 미국 국적까지 포기했고, 네타냐후 내각에서 경제, 종교, 디아스포라(재외동포), 교육, 예루살렘 등의 장관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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