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대형업체만 ‘쏙 빼가는’ 핀셋 영업, 대다수 중소 건설사는 소외
특정 공제조합의 관리·감독 기관인 산자부는 나몰라라

▲ 건설공제조합이 지난 8일 국회를 방문해 전문건설공제조합·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등 건설 관련 3개 공제조합 연명으로 마련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코리아데일리(KD) 정다미 기자] 건설공제조합이 특정 공제조합만 산업 전반에 대한 보증 취급 허용하고, 타 업역에 대한 전문성 부족, 출혈경쟁 유발 등 공제조합 동반 부실을 야기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개정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9일 건설공제조합(이사장 최영묵)는 특정 공제조합(엔지니어링공제조합, 이하 엔공)에 대한 특혜를 주는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이하 엔산법) 개정에 전면 반대하고 총력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건설공제조합은 앞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신정훈 의원실을 방문해 본 개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전문건설공제조합·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등 건설 관련 3개 공제조합이 연명으로 마련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엔공이 엔지니어링 활동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활동이 ‘포함’된 제작·설치·공사 및 감리나 건축사가 수행하는 설계에 대해서도 보증, 공제 등의 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건설 관련 공제조합 3사와 건설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엔공의 사업 범위만을 일방적으로 확대시키는 명맥한 특혜 입법이며, 개정안 이전부터 수년간 지속된 불법 영업 논란에 대한 합법화 시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엔산법 개정을 통한 건설사의 금융기관 선택권 확대는 표면적인 명분일 뿐 결국 목적은 특정 기관의 수익추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 엔공이 건설사업자 중 극히 일부의 우량업체 물량만을 선별적으로 인수하고 있으며, 금번 개정안으로 사업 범위가 합법화·확대될 경우 그 극심한 편식 현상은 심화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개정안은 상호부조의 정신에 입각해 중소 건설업체 육성과 보호를 주된 사명이자 존재 이유로 삼는 건설 관련 공제조합과 그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 및 건설업계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건설금융 생태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것이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3개 조합은 건설 관련 공제조합들의 자산건전성 악화는 필연적이며, 이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대다수의 힘없는 7만3천여 중소·중견 건설사에 대한 보증인수 거부 또는 수수료 인상 등 부담 전가가 현실화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과 엔지니어링을 겸업하지 않는 대다수 중소업체에게는 수수료 인하 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개정안으로 촉발될 공제조합 간 출혈 경쟁은 필연적인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높은 수수료와 저조한 배당 등은 결국 중소업체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에서는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어보지 못한 보증기관이 저위험 상품(설계, 감리분야)만 취급하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고위험, 고액 상품(건설공사 분야)을 합법적으로 취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건설경기 침체 시 과거 서울보증이나 HUG 사례와 같은 보증기관의 대형 부실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두 기관의 보증요율만 놓고 보면 그 차이를 여실히 알 수 있어 같은 상품을 취급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는 것.

엔공이 건설보증을 편법적으로 취급한 이후 손해율이 급증하고 있어 이번 개정안을 통해 본격적으로 엔공이 건설보증을 취급하게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또한 건설경기 침체 시 엔공이 과연 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우려와 함께 보증기관 부실화에 따른 공적자금 투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3개 조합은 산자부가 지난 건설기술진흥법 일부개정안(2016.12.18. 의안번호 제4236호) 추진 당시 건설기술용역공제조합의 사업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공제조합 과당경쟁에 의한 부실화가 우려된다며 반대해 개정안을 무산시킨 바 있으나, 본인들이 관리·감독해야 할 엔공의 순수 시공분야에 대한 불법 보증영업에 대해서는 수년간 방치하고 있고, 국토부가 작년 2월 내놓은 엔공 불법논란 보증서 수령에 대한 행정지도를 무력화하기 위해 법률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토록 반대하던 타 산업 공제조합 사업범위 확대와 달리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는 오히려 동조하고 있으니 감독부실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국토부를 비롯한 다른 부처들은 각 산업별 법령에 따른 공제조합들의 재무건전성, 수수료 산정 등을 감독하기 위해 고시를 통해 감독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나, 산자부가 감독하는 엔공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아무런 감독기준도 마련되어 있지도 않은 상황이라 밝혔다. 3개 조합은 이런 상황에서 특정 공제조합의 사업범위만 더욱 폭넓게 넓히는 것은 각 산업별·상품별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고, 부실 공제조합을 양산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들은 대한민국에는 산업 전반에 걸쳐 25개 이상의 산업별·업역별 공제조합이 존재하며, 각각의 카테고리 안에서 산업별 균형발전 및 중소 사업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가동하고 있는 점을 들며, “유독 엔공에 대해서만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보증을 허용한다면 이는 시장 질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본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7만3천여 중소건설사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각 공제조합들의 타 산업 분야에 대한 포괄적 사업허용을 요구하는 법 개정안이 쇄도할 것”이라고 엔산법이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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