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더 많이 웃게 하기 위해 가수의 길을 선택한 남자
‘양포항’ ‘사랑이란 두 글자’ ‘아라야’로 활동 중

▲ 사진=온해룡 기자

[코리아데일리(KD) 이주옥 기자] 신인 트로트 가수 왕현 다소 낯선 이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트로트를 부른 지는 이제 1년 남짓이다. 그전에는 영화와 드라마 스태프로 일했다. 그러면서 조연이나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 활동도 했다. 훤칠한 외모 덕이었으리라. 영화 ‘안시성’과 ‘스윙키즈‘에서 팀장으로 작업했고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국민여러분’, ‘막 돼먹은 영애씨’에는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런 남다른 이력을 가진 그가 트로트 가수가 된 계기가 궁금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어머니 때문’이라고 말한다. 40여 년 홀로 자식 뒷바라지를 한 어머니가 우울증에 시달렸고 그런 어머니는 막내아들인 그가 부르는 노래와 재롱에 차츰 웃음을 보이시더란다. 효자 아들과 노래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였다. 결국 어머니를 더 많이 웃게 하기 위해 가수의 길을 선택한 남자, 흐뭇하면서도 애잔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는 안동이 고향이다. 지금도 매달 어머니가 계시는 그곳을 찾을 만큼 어머니는 그에게 소중한 존재이며 오늘의 그를 존재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노래 부르는 것이 처음엔 그리 탐탁지 않으셨단다. 그 길이 녹록지 않은 길임을 아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영덕 행사장에 직접 모셔 앞에서 노래하는 것을 본 다음에 열렬한 응원자가 되셨다고 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것보다는 아들이 지닌 실력과 함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셨기 때문이리라.

무명에 가까운 늦깎이 가수의 수입은 말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된다. 그 역시 활어차 운전부터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렸고 지금도 거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생활은 아니다. 그는 일명 ‘국자 가수’라는 별칭으로 활동 중이다. 연습실도 없고 매니저도 없는 나 홀로 가수라 국자를 마이크 삼아 한강 다리 밑에서 연습한 자신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또 하나 지하 가수. 그것은 말 그대로 아직 실력도 인지도도 저 아래에 있다는 말이다. 이제 겨우 1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에 섰다는 자가 진단에 그의 남다른 의지를 볼 수 있다. 늘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이 겸손함도 되고 그를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게 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노력하며 사는 것, 그가 한 발짝, 한 발짝 더 위층으로 오르는 날이 빨리 오기를 응원한다.

그의 음반에는 ‘양포항’ ‘사랑이란 두 글자’ ‘아라야’가 있다. 모두 자신이 작사 작곡했으며 조금 빠른 템포의 트로트다. 가끔은 저음의 목소리에 7080 노래가 더 어울리지 않은가 고민도 한단다. 그래서 간간이 그런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공식적인 이름은 트로트 가수이니 트로트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 행사 무대이기에 조금 빠른 노래 위주로 부른다. 자신의 노래 외에도 영탁의 ‘찐이야’ 강진의 ‘막걸리 한잔’을 즐겨 부른다. 특히 영탁은 고향 후배이자 가수 선배다. 이런 인연으로 돈독한 관계다. 하지만 영탁은 무려 13년 차인 가수 선배이고 요즘 가장 핫한 가수이기에 잘 보여야 한다고 농담을 던진다.

그는 현재 ‘국자 가수 왕현’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콘텐츠는 자유롭다. 노래도 부르고 요리도 하고 평범한 일상을 공유한다. 구독자 수는 2천 명이 넘는다. 그의 목표는 톱가수가 아니라고도 말한다. 다만 설 무대가 많고 수입이 일정하면 그로 족하단다.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노래를 사랑하고 열심히 부른다면 자연적으로 몸값이 높아지고 가수로서 이름도 알려지지 않겠는가. 그는 “코로나는 위기가 아니고 기회”라고 힘주어 말한다. 설 무대가 좁아진 만큼 노래 연습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다. 늦깎이 트로트 가수 왕현. 늦게 시작한 만큼 대중들에게 성큼성큼 다가서서 노래로 인해 자신도 행복하고 듣는 사람들도 행복한 시간이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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