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판씨네마(주)

[코리아데일리(KD) 정다미 기자] 배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이 전 세계적인 인기 몰이에 이어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26일 영화 ‘미나리(감독·각본 정이삭/제작: 브래드 피트 PLAN B Entertainment/수입·배급 판씨네마㈜)’ 화상 기자 간담회가 윤성은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정이삭 감독,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이 참석했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았다. 전 세계 74관왕 157개 노미네이트를 기록하며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정이삭 감독은 “영화에 많은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매우 궁금하다. 한국 생각을 많이 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윤여정은 “굉장한 경악을 금치 못하는 놀라움을 준 작품이다. 우리는 식구처럼 적은 돈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런 관심을 기대도 생각도 안 했다. 처음에는 좋았는데 실망 하실까봐 너무 걱정스럽고 떨린다”고 긴장감을 드러냈다.

스티븐 연은 “한국에서 선보일 수 있어서 기쁘다. 한국과 미국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이민 가정에서 자랐다. 부모님과 4살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며 “제이콥이 매우 진실된 캐릭터다. 이 영화를 하면서 아버지 세대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아버지의 본모습을 그대로 보기보다는 언어적, 문화적 장벽이 존재해 추상적으로 봤던 것 같다. 영화로 아버지 세대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됐다. 연기를 해 나가면서 ‘내가 내 아버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시절 아저씨를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고 제가 공감하는 모습의 제이콥을 연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예리는 “처음 미국에 도착해 현장에 갔을 때 빨리 적응하고 촬영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부담감이라던지 모니카의 마음을 살필 여력이 없었고 해내야 하는 것에 급했다. 다 찍은 다음에 모니카도 저도 지금 벌어지는 상황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닮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 사진=판씨네마(주)

숙소에서 함께 살며 가족같이 생활한 이들은 화상 기자 간담회 현장에서도 영화의 성공을 서로에게 돌렸다. 정 감독은 “보편적인 인간관계를 잘 보여줬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가족이 겪는 고충과 갈등을 헤쳐나가는 모습에 많은 사람이 공감해주는 것 같다. 배우들도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여줬다. 표정만 봐도 인간애가 묻어나는 섬세한 표현을 해주신 것 같다.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예술인이다. 각자가 최대한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제 역할이다. 우리가 하나의 힘으로 같이 이뤄낸 작품이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자신의 캐릭터가 호평받은 이유에 대해 “감독님이 그렇게 썼다. 어떤 감독들은 배우들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하며 가둬둔다. 감독님의 할머니를 모델로 한 캐릭터라 첫 질문으로 ‘어떤 제스처나 흉내 내는 것이 필요하냐’고 묻자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다. 속으로 혼자 A+를 줬다”고 밝혔다.

한예리는 “윤여정 선생님과 제가 에어비앤비로 한집에서 지내게 됐다. 그 집에서 주로 모이고 밥을 먹고 시나리오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 많았다. 번역본을 문어체에서 구어체에 가깝게 바꿀 수 있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한 주 한 주 분량만큼 수정하는 시간이 있어서 더 빠르고 깊이 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스티븐 연은 “식사 초대 이후 ‘모니카’와의 다툼 장면을 엔지 없이 한 번에 찍었다. 감독님의 연출력도 돋보였다”고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은데 이어 “모든 것들을 함께 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감독님의 캐스팅 수완과 훌륭한 동료 배우들이다. 감독님의 시나리오가 훌륭해 그것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배우들이 최선을 다했다. 우리가 다 함께 합심해 위대한 것을 다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했다. 숙소는 다른 곳에 있었지만 자주 가서 음식도 뺏어 먹고 세탁도 하고 그랬다”고 덧붙였다.

▲ 사진=판씨네마(주)

특히 윤여정은 ‘미나리’의 숨은 공신으로 이인아 프로듀서와 홍여울 번역가를 꼽았다. 윤여정은 “우리는 얼굴이 나가기라도 하고 영광을 누리기라도 했다”며 “인아는 자기 휴가를 희생하고 쫓아와서 밥을 담당했다. 여울이는 10만 있다가 가기로 했는데 대본을 고쳐달라고 못 가게 붙잡았다. 다 정이삭 감독의 힘이다. 감독이 이상하면 다들 안 그러는데 돕고 싶고, 이 얘기의 한 부분을 하고 싶어서 뭉쳤다”고 전했다. 스티븐 연은 “같이 밥을 먹으며 더 깊게 교감하고 마음이 맞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예리는 “촬영 끝나고 식사 시간들이 가장 그립다. 지금도 한국에서 혼자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데 너무 외롭고 보고 싶다. 빨리 코로나가 괜찮아지면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고 싶다”고 애정을 전했다.

또 윤여정은 “서로 얘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때 말한 것들이 반영됐다. 제가 미국에서 살 때 친구의 어머니가 와서 손자에게 밤을 깨물어 주는 것을 보고 미국 사람이 놀랐던 경험이 있다. 또 한국에서 할머니는 바닥에서 잔다. 귀한 손자고 아픈 아이를 재우고 같이 침대에서 안 자고 바닥에서 잘 것 같았다. 그 의견을 존중해서 세트가 변경됐다. ‘원더풀 미나리’라는 대사는 미국에서 조금 살았으니까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설명하며 본 영화에서 이 장면들이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 사진=판씨네마(주)

끝으로 정 감독은 “우리한테 매우 특별한 영화다. 촬영하고 나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즐거운 관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식탁’에 비유하고 싶다. 항상 열려있으니 언제든 오셔서 맛있게 음식을 드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아무 조미료가 안 들어간 담백하고 순수한 맛이라 좋다. 제가 한국 사람이라 한국 사람 취향을 너무 잘 아는데 양념 센 것을 좋아해서 우리 밥을 안 먹을 수도 있다는 걱정도 된다. 건강하시니까 잡숴보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예리는 “조금 있으면 한국에서 개봉을 하는데 제가 한국에 있기 때문에 배우나 스태프분들에게 관객들의 피드백이나 얘기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영화를 사랑하는 만큼 좋은 성적이 있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한 만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2021년 전 세계가 기다린 원더풀한 이야기 ‘미나리’는 오는 3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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