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KD) 정다미 기자] 배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가 깊은 감성을 건드리는 영화 ‘세자매’로 관객을 만난다.
18일 오후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제작 영화사 업/공동 제작 영화사 연/제공·배급 리틀빅픽처스)’ 기자간담회가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이승원 감독,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가 참석한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스크린 송출 방식으로 진행됐다.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승원 감독은 “가족 문제가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다. 가정폭력이나 외도가 단순한 주제일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이 영화나 이야기를 통해서 큰 깊이나 생각을 통하지 않고 많이, 또 쉽게 소모가 됐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단순하다면 단순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깊게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누구나 공감하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가 같이 자랐지만 너무 다른 개성을 가진 독특한 세 자매를 ‘찐’ 자매 케미로 완성해 2021년 극장을 장악할 웰메이드 영화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써 놓고 캐스팅 했다기보다는 부산영화제 때 인연이 된 문소리 배우와 김선영 배우가 어떤 영화를 찍으면 좋을지 생각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문소리와 김선영의 생각이나 이미지를 저 혼자 상상하면서 썼고 영화가 시작되면서는 계속 대화를 나누면서 그 인물에 더 적합하게 고쳐나갔다. 막내로 장윤주 배우가 캐스팅이 되면서 더 맞는 인물로 다가가기 위해 대사를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문소리는 “시나리오 읽고 너무 좋았다.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감독님 전작을 다 보고 연출하신 연극도 봤었다.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함이 밑에 두껍게 깔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세자매’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김선영은 “문소리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승원 감독님의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계속 하고싶은 마음이 있다”고 애정을 전했다.
장윤주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나도 실제로 세 자매 막내인데, 제목도 세 자매고 배역도 세 자매 막내다. 우연의 일치처럼, 운명처럼 다가왔다. 대한민국에서 세 자매 막내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많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위로 받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메시지의 끌림이 있었다. 문소리 김선영과 그 시간을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밝히기도.
극 중 문소리는 언제나 완벽한 척하는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 역을 맡아 밀도 높은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다중성을 탁월하게 표현하는 명연기를 펼친다. 문소리는 “교회에 다녀본 적이 없어서 교회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예배도 열심히 보고 찬송가도 부르고 지휘하는 것도 배우면서 준비를 했다. 개인적으로 남동생이 있고 자매가 없는데다가 교회도 다녀본 적이 없어서 캐릭터와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내면적으로 저랑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감추고 싶고 반갑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어서 캐릭터와 실랑이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깊이 들어가서 나오기가 힘들었다. 촬영 전에는 배울 것도 많고 마음으로는 다가가기 어려워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던 캐릭터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늘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며 안 괜찮아도 괜찮은 척하는 소심덩어리 첫째 ‘희숙’ 역의 김선영은 깊은 몰입감은 물론 긴장감을 자아내는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김선영은 “인물을 만났을 때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떤 머리 스타일을 하고 어떤 신발을 신을까를 많이 고민한다. 그것이 잡히고 이 인물을 연기했다. 그게 가장 큰 고민의 지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장윤주는 일상 대부분 취해 있지만 안 취한 척하는 골칫덩어리 셋째 ‘미옥’ 역으로 톡 쏘는 사이다 연기력을 보여주며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장윤주는 “‘베테랑’ 이후에도 들어오는 작품들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언니들과 호흡하면서 배우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던 부분들이 즐겁게 바뀌었다”며 “이번이 두 번째 영화다. 캐릭터를 연구하기 앞서 그동안 보여지는 부분들, 모델의 캣워크나 화려한 것을 벗고 시작하자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모델의 이미지가 아니라 생활연기에 잘 묻어나는 노력했다. 화장도 안 하고 옷도 일상의 의상들, 그동안의 버릇처럼 생겨난 몸짓을 내려놓는 것이 캐릭터를 만나기 전부터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모델로서) 이제까지 해왔던 작업들이 ‘세자매’ 모습과는 매치가 안 된다. 저도 평소에 늘어난 바지와 티셔츠 입고 있고 목을 항상 두르고 다닌다. 저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생각했었을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감정적으로 소모가 클 것 같은 연기에 대해 문소리는 “마지막 아버지 생신 장면도 에너지 소모가 크기는 했다. 또 교회에서 지휘하는 장면도 대사는 없지만 눈빛으로 모든 것을 다 담아내야 했다. 성가대의 찬송가와 잘 어우러져야 해서 눈빛 안에 캐릭터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선영은 “감정적으로 전체적으로 다 소모가 있었는데 재미있게 찍었다. 영화를 시작하면서 이 사람은 그 안에서 나름대로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전했다. 장윤주는 “시나리오를 받고, 하기 전부터 미옥에게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감정 소모가 시작됐다. 소모라기보다는 이 캐릭터를 알아가는 모든 단계들이 즐거웠다. 많이 공감하고 싶었고 나라는 사람은 믿지 못해도 미옥이는 믿고 싶었다. 즐거운 작업이었다. 남편한테 아빠라는 이유로 아이를 때리냐고 달려가서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이 공감이 간다”고 밝혔다.
특히 김선영과 이승원 감독은 서로를 무한 신뢰하는 부부 케미로 영화 ‘세자매’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김선영은 “같이 극단을 운영하고 연기 디렉팅을 하고 있다. 작품으로 호흡을 맞춘지 오래됐다. 눈빛만 봐도 왜 이렇게 썼는지 제가 대한민국에서 1등으로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누구 앞에서 연기하는 것 보다 인물에 집중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며 “제 말투가 사랑이 넘쳐도 공격적으로 보이나 보다. ‘왜 그렇게 말하냐’ ‘싸우지 말라’고 얘기를 한 것이 에피소드다. 존경과 신뢰, 전폭적인 지지를 담은 말투였는데 문소리가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에 이승원 감독은 “남들이 김선영 배우를 잘 모르고 이승원 감독을 잘 모를 때 서로 믿어준 사이다. 믿음이 굉장히 크다”고 덧붙였다.
문소리는 “믿음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지 격하게 토론할 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촬영 중인데 이혼하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을 했다. 작품에 격렬하게 토론하고 뒷끝이 없는게 존경스럽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에 공동 제작자로 나선 문소리는 작품 전반적인 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했다. 문소리는 “캐스팅 제의를 받았고 초반 단계여서 여러 의논을 같이 하다가 이 작품이 꼭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액션 하면 연기를 하겠지만 그 전에도 필요하다면 뭐든 같이 할 수 있다”며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창동 감독님께 처음 영화를 만들 때도 배우라 다른게 아니고 우리가 다 같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고 배웠다. 영화에 대해 의논하고 고민할 수 있다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으로 외형적인 변화를 많이 시도한 것에 대해 장윤주는 “이 작품을 고민하고 있었을 때 친한 친구가 ‘미옥이가 차라리 탈색한 머리면 쉽게 캐릭터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제안했다. 그동안 보여진 이미지가 있어서 가면이 필요하다면 탈색도 괜찮겠다 싶어서 새롭게 변신을 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어 “영화에서는 하겠다고 결정을 한 이후에는 ‘모델로서의 이미지와 커리어는 없다. 무에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까 외형적으로 바뀌는 부분이 너무 거슬리거나 맞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자유롭게 미옥이가 될 수 있어서 새롭고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문소리는 “영화 안에 담아 놓은 저희의 진심이 잘 전달 됐기를 바란다. 너무 어려운 시국이라 ‘극장에 오세요’하기도 난처하다. 저희만 어려운거 아니고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다. 저희 영화가 위로가 되고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 이 시기를 잘 지나가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소망했다.
장윤주는 “작품이 좋다. 영화를 봤을 때 정말 많이 울었다. 처음 선보이는 날이라 어느 때보다 떨린다. 2021년에 한국 영화의 첫 문을 열게 된 것이 감사하다. 좋은 마음으로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를 전했다.
‘세자매’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인 ‘전주 시네마 프로젝트 2020’에 선정된 데에 이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섹션까지 초청되는 기염을 토하며 영화제의 주목을 받는 작품이다.
한편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의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이 더해져 탄생한 ‘세자매’는 오는 27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