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미의 활약이 한껏 기대감을 주는 가운데 아버지 소명의 묵직한 존재감이 단단히 한몫할 것

 

이른 아침 본사를 방문한 가족들, 그들은 가수 소명과 그의 딸 소유미였다. 트레이드인 중절모에 화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아버지, 그리고 뛰어난 비주얼에서 우리를 우선 놀라게 했던 딸. 소유미가 가수 소명의 딸이며 소유찬의 동생이라는 사실에 먼저 흥미로웠다. 대한민국에 새삼 트로트 열풍이 불면서 우리 정서에 맞는 구성진 가락을 자주 들어서 좋지만 또 이렇게 특별한 관계에서 파생되는 행복 바이러스로 자주 마음이 따뜻해진다.

소명은 ‘빠이빠이야’라는 노래 한 곡으로 존재감이 이미 극명한 가수다. 그의 대표곡 ‘빠이빠이야’, 소명이라는 가수 이름은 모르더라도 그 음률과 가사는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불후의 명곡이다. 38년 가수 생활에 8집 앨범까지 발매한 베테랑이다. 그도 여느 가수처럼 처음엔 하드 록을 불렀지만, 결혼하고 아버지가 되니 무대가 많고 수입이 괜찮은 트로트로 노선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혹여 가수는 자신이 부른 노래 따라 운명이 정해진다는 징크스처럼 심상치 않은 노래 제목이 그의 행로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닌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사뭇 남달랐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단다. 오랜 무명시절에 안녕을 고한다는 의미로 삼았다고.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 탓일까. 오히려 히트가 되고 그 노래로 인해 많은 상을 받았으니 분명 행운의 염력이었다.

1남 1녀 자녀들 모두 가수의 길을 걷는다. 그것도 트로트를 부른다. 그에게 그런 가족에 대한 마음을 물었더니 “처음엔 물론 반대했다”고 한다. 자신이 걸었던 고달프고 어려운 길을 자녀들이 가는 것을 등 떠밀어 응원할 수는 없었던 부모 마음. 그러나 결론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근원적 행복론이, 그를 아버지 이상의 위치에서 자식들에게 삶의 리더가 됐으리라.

소유미는 상큼하고 화사한 이미지에 어울리게 걸그룹 가수로 데뷔했다. 안양예고를 졸업하고 키스 앤 크라이라는 걸그룹으로 활동했다. 그는 아이돌 노래를 부르면서도 스스로 트로트 풍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트로트 가수로 전향했단다. 빼어난 외모가 가수 아닌 배우를 꿈꿨을 법도 하건만 처음부터 가수의 길을 원했다고 한다. 트로트 가수로서의 길을 택한 것도 내 안에 내재 된 ‘뽕삘’을 바탕으로 오래 노래할 수 있음에,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니 덕분에 우리는 오래 노래하는 그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소유미에게 가수가 아닌, 아버지 소명에 대해 질문했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녔고 무대에 선 아버지는 익숙하다. 그러나 정작 아버지 소명은 딸에게는 조금 엄격했던 모양이다. 너무나 검소하고 섬세한 아빠는 자식에게는 다소 답답하고 섭섭함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바르게 잘 자라게 한 채찍이었음을 알았으니 부녀 모두 피차 세월이 주는 보상을 받은 셈이다.

SBS 예능 ‘트롯신이 떴다2 라스트 찬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소유미를 처음 만났다. 무명 트로트 가수들이 지상파에서 노래하며 랜선을 통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일종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소유미는 거기에서 노래 실력을 발휘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3라운드 미션에서 70년대 혜은이의 ‘새벽비’라는 다소 강렬한 노래로 대결했다. 파격적인 무대 의상이 도회적인 그에게는 오히려 어울렸고 율동 또한 남달랐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랜선 시청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에 그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느꼈던 애로와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반성의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소유미는 요즘 가요 프로그램 MC로도 맹활약하고 있다. 그 또한 가능성이고 기회다. 또한 신곡 ‘알랑가 몰라’로 인기몰이 중이다. 아버지 소명이 직접 작사·작곡했다니 부녀간의 바람직한 합작이다. 그는 처음 아버지 작품인 줄 모르고 불렀다가 놀랐다고 말한다. 평소 아버지의 성격이랑은 어울리지 않은 살랑살랑한 노래였기 때문이란다. 즉석에서 한 소절 부탁했더니 그야말로 살랑살랑 멋지게 뽑아낸다. 옆에서 지켜보는 아버지의 흐뭇한 미소가 참 따사로웠다. 소유미는 현재 유튜브도 운영 중이다. 이참에 같은 길을 걷는 3명의 가족이라는 콘텐츠를 구상해봄 직하다.

소명은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이 여의치 않지만, 어느 때보다 곡을 많이 만드는 시간으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300여 곡 가까운 작품이 있고 올해만도 40여 곡의 곡을 만들었으니 결과적으로 남는 장사일지도 모르겠다.

소명의 신곡 ‘맘이, 몸이’라는 곡은 바리톤 장동일과 함께 부른다고 한다. 이동원과 박인수의 ‘향수’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또한 그에게는 오롯한 꿈이 있는데 바로 그라운드 콘서트다. 아마 그 프로그램에는 아들딸과 함께 하는 코너도 분명히 끼워져 있으리라. 묵묵히 노래로 한 평생을 어우른 아버지 소명, 세 군데 오디션을 거치고 가수가 된 지 5년 차 그리고 트로트로 전향한 지 2년 차인 새내기 트로트 가수 소유미와 아들 소유찬. 아들과 딸이 제 길에서 온전히 자리 잡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존재감이 사뭇 단단해 보인다. 소명, 소유미, 소유찬 ‘트로트 패밀리’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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