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명보라를 보라’
“자신에게 너무 많은 기대도 하지 말고 주어진 일에 충실하면서 건강하게 노래 부르자”

 

명휘라는 다소 강한 이름으로 오래 활동했던 트로트 가수, 그는 얼마 전 본명인 명휘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게 들리고 ‘나를 바라보라’는 바람을 지닌 명보라로 개명해 활동하고 있다. 가을 끝자락, 화사한 진분홍 코트를 입은 명보라를 만나 그의 노래와 삶을 들어봤다.

대부분의 가수가 그렇듯 그 또한 어렸을 때부터 동네에서 천연덕스럽게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고 동네 어른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사탕을 꽤나 얻어먹었다. 천생으로 노래에 재능이 있었고 좋아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수의 길로 들어선 이력. 그는 그래서 부모님이 주신 재능을 자신의 인생에 가장 풍요롭고 든든한 자원이라고 말한다. 스무 살 즈음엔 밴드의 리드싱어로 활약하다가 트로트로 장르 전환한 것에 대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밝게 대답한다. 이 대답은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답을 찾는 우리 삶의 아름다운 목적이다.

일찍 여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노래 ‘천상의 다리’를 만들어 부르게 했고 그런 다소 어려웠던 환경이 그에게 ‘술이야, 사랑이야’라는 구성진 노래도 부르게 만들었다. 그의 데뷔곡은 ‘찍고’다. 강렬한 제목만큼, 그 노래를 부른 목적도 강렬하다. 가사를 이용해 ‘선거송’으로 쓰이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귀여운 야심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니 꿈은 꼭 이루어지라고 있는 것은 아닌 것, 웃어넘길 만하다.

고운 외모에 어울리게 늦지 않은 나이에 결혼하고 1녀 1남의 자녀를 낳았다. 그러면서 노래를 잠시 멈추고 육아에 전념했단다. 그런 딸이 곧 결혼하면서 그가 활동을 더욱 왕성히 할 시간을 얻었다니 이래저래 열심히 사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틈틈이 교도소 재단 홍보 활동과 백혈병 환자를 위한 봉사활동으로 재능 기부를 하며 나눔의 삶도 펼치고 있다.

작년부터 돌풍이 불기 시작한 트로트의 인기에 그동안 아이돌 가수들에 가려진 트로트의 진면목을 보게 하며 덩달아 숨은 가수들도 발견할 기회를 주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찬밥신세였던 무명 트로트 가수들이 대중들에게 어필되며 비로소 그들에게 빛이 들어 오는가 싶었다. 이런 현상이 기존의 무대보다 더 활발한 자리를 주며 더불어 좋은 영향력을 끼치지 않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의외의 부정적인 소회를 밝혔다. 트로트 가수들의 대거 출동과 국내 방송사의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오히려 식상함을 빨리 주면서 트로트의 질을 더 떨어뜨릴지도 모른다는 염려다. 하긴 트로트 열풍에 칭찬 일색이던 언론에서 서서히 그에 반론을 제기하는 기사들이 보이는 걸 보면 이는 비단 현역 트로트 가수 명보라의 개인적인 진단만은 아닌 모양이다.

그는 요즘 대세에 맞춰 유튜브도 제작 중이다. 다른 가수들처럼 개인방송이 아닌, 트로트 가수들을 위한 장이다. 그들에게 노래 몇 곡을 부르게 하는 것이 아니고 그의 방송을 통해 기량을 맘껏 발휘하면서 온전한 시간을 활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무대가 고팠던 그들에게 맘껏 노래 부르게 하고 그 자리에서 속풀이 시간까지 할애해 준다니 무대가 아쉬운 가수들에게는 온전히 독점무대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자신이 필요했던 자리, 다시 말해 동병상련의 배려이리라.

명보라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그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노래를 오래 부르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어 명보라가 명보라에게 하는 한마디, “보라야 너는 지금까지 너무 착하게만 살아왔다. 다른 사람에게 박수도 받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박수를 쳐 주며 살았던 것 같다. 이제 너 자신에게 너무 많은 기대도 하지 말고 주어진 일에 충실하면서 건강하게 노래 부르자”라고 한다. 나름 상처도 받고 눈물도 흘렸던 인생이 건네는 소박한 행복 담론이다. 그녀가 요즘 한창 부르고 있는 ‘내사랑 춘향아’ ‘찍고’ 속에서 그의 인생까지 함께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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