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익희 칼럼니스트

동양의 칭기즈칸이 장거리 원정을 위해 육포를 개발했다면 서양에서는 바스크인들이 절임대구를 개발했다. 스페인 동북부 바스크 지역에서는 고대로부터 생선을 햇볕에 말린 마른대구와 소금에 절인 절임대구가 흔하게 사용되었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육지 주위의 얕은 바다인 ‘대륙붕’에 살고 있다. 대구 역시 대륙붕에 살면서 차가운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북반구 대서양의 대륙붕에 많이 산다. 대서양 대구는 크다. 보통 1미터가 넘는 대구는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 불린다. 무게도 보통 30kg가 넘고 간혹 덩치가 큰 녀석은 100kg까지 나간다.

대구는 이렇게 대형고기로 살이 많아 사람들이 좋아했다. 대구는 그 큰 입만큼이나 엄청난 대식가이다. 커다란 입을 쫙 벌린 채 수면 가까이 물속을 돌아다니는 대구는 입 속으로 들어오는 것은 무엇이든 삼켜 버린다. 주로 새우와 오징어, 청어, 꽁치 같은 맛있는 생선을 주로 먹는데, 이것이 바로 대구 살이 맛있는 이유이다. 이런 엄청난 식욕 때문에 대구낚시는 쉬운 편이다.

바스크족과 바이킹은 대구를 잡기 위해 콜럼버스 이전에 이미 신대륙의 포틀랜드까지 진출해 대구를 잡았다는 설이 있다. 그들은 북아메리카 해안에서 엄청난 대구 떼를 발견하고는 그곳을 독점하기 위해 그 사실을 비밀에 붙였다고 한다. 이쯤 되면 그 시대의 전략물자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바스크족은 염장대구를 만들기 위해 해안에서 천일염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했다. 유럽에서 천일염 생산은 매우 희귀한 상품이었다. 이후 소금에 절여 말린 절임대구는 포르투갈과 북해로 퍼져나갔다.

이것이 레시피가 350 가지가 넘는 그 유명한 바칼라오(Bacalao, 대구) 요리이다. 보존기간을 늘린 이 방식 덕분에, 유럽 내륙에 사는 사람들도 처음으로 바닷물고기란 것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절임대구는 유럽인들에게 대인기였다. 특히 중세 교회법은 사순절을 포함해 1년에 절반 가까이가 육류금식 기간이었는데, 예외적으로 생선은 이 기간에도 먹을 수 있었다. 금식기간에 절임대구는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그렇다 보니 생선은 기독교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그리스어로 생선을 뜻하는 ‘익투스(Ichthus)’는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 구원자’ 각각의 첫 글자를 따 조합한 말과 같아 두 개의 겹쳐진 물고기 모양은 초기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암호로 쓰인 기독교의 상징이었다. 콜럼버스가 대항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절임대구, 그리고 하몽(스페인 햄, 마찬가지로 보존기간이 길다)덕분이다. 결국 이런 장기간 보존식들 덕분에 장거리 항해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래서 대구를 흔히 ‘세계 역사를 바꾼 물고기’라고 부른다.

(홍익희 칼럼니스트. KOTRA 밀라노 무역관장. 세종대학교 대우교수. (저서) 유대인 이야기, 세 종교 이야기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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