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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칼럼]정파적·감정적 국가정보기관 개혁몰이를 중단하라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윤봉한
박노충 기자  |  gvkorea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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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24  17: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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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윤봉한

더불어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7월 30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단다. 또한 국내정보 및 대공수사권을 삭제하고, 국정원 업무와 예산에 대한 국회와 감사원의 외부적 통제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국정원 개혁 법안을 김병기 의원이 발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이 ‘조자룡 헌 칼 쓰듯이’ 힘을 바탕으로 국정원 개혁을 밀어붙이고 나올 것은 자명했지만, 주목을 끄는 것은 협의회의 명칭 앞자리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국민을 위한’이란 기발한 수식어였다. 입만 벙긋하면 ‘국민’, ‘사람’이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입에 달고 살아가는 집단이기에 이제는 익숙해 질 때도 되었건만, 유독 고약한 악취가 풍겨 나오는 듯 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 것은 필자만의 감정일까.

‘지식은 힘이다’라는 말로 잘 알려진 프란시스 베이컨은 “정보기관은 나라의 등대”라고 했다. 정보기관의 역할은 정보 사용자에게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안위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적정한 정보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 또한 손자는 일찌기 “군사를 부리는데 있어 최상책은 정보원을 활용하는 것이며, 정보원은 최고의 대우를 하고 그 활동을 극비에 붙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였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국가를 보전하고 운영하는데 있어 비밀정보활동의 중요성을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세계화의 진전과 4차 산업사회의 도래로 국가 간 국경이 모호해지고, 정보의 대량화·다양화·지능화로 정보활동 요인도 다양해지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변화된 정보환경을 적극 수용하고 선도하기 위해 국가 정보기능을 통합하고 예방 정보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정보기관을 활동을 위축시키고 요원들의 사기를 낮추어 사실상 형해화(形骸化)시키는 개혁이 아닌 개악이 진행되고 있다. 현 정권은 정보경험이 전혀 없는 노회한 정치인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하는 한편, 지난 4일에는 국정원 출신 국회의원을 얼굴 마담으로 내세워서 일각의 주장처럼 ‘법 적격성’조차 갖추지 못한 국정원법 전부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이 개정안은 ▲국가정보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칭하고 ▲직무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 및 대공수사권을 삭제하고 ▲국회 정보위원회와 정보감찰관제 등을 통해 통제를 강화하며 ▲정치관여 등 불법행위 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노무현 정권 당시 제안되었던 것을 조직 명칭(당시에는 ‘해외안보정보원법’) 등 일부 내용을 수정해서 제안한 버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는 민주당이 당리 당략적 차원에서 반복해서 제안해 온 ‘숙원 법안’으로, 노골적으로 국정원이 정치개입·부정수사 등을 자행해 온 ‘아주 나쁜’ 기관 이미지를 덧씌우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스탈린과 마오쩌뚱이 즐겨 사용하였던 “여론과 대중을 앞세워 비판 여론을 충분히 조성한 후에 대상을 제거”하는 민중공작 수법과 다름이 전혀 없다.

현재 국정원은 내외적으로 四面楚歌 상태에 있다. 이미 국민과 국가로부터의 도덕성에 대한 신뢰수준은 바닥을 치고 있고, 심지어 부문정보기관을 비롯한 국가기관과 민간분야에서 조차 국가정보기관으로서의 역량과 존재의 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받고 있다. 따라서 국정원을 기사회생시킬 수 있는 발전적 개혁은 꼭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더불어 민주당과 그 내부 일단에서 주도하는 개혁은 전혀 방향이 틀린 것으로, 이렇게 진행되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첫째, 개혁의 주체(who)로서의 부당성이다. 먼저 국정원 개혁(여타 권력기관 개혁도 마찬가지이지만)을 주도하는 소위 당·정·청을 둘러보라. 그들은 하나같이 북한을 추종했거나(또는 하거나), 주동적으로 자유민주체제를 부정하는 행위로 국정원(과거 국가안전기획부)에 걸려들어 소위 ‘피를 본’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정원을 잘못된 집단으로 몰아 세워야 ‘양심이 살아나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소위 국정원에 대한 ‘원한’과 ‘복수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이들에게서 균형감 있는 정상적인 개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들은 정권을 쟁취(?)한 후 그 전리품으로 국정원 데이터베이스를 노략질하고 세상에 공개했다. 비밀정보기관의 조직과 예산을 낱낱이 파 헤쳤다. 전 세계 35개국 100여개 정보기관에서 사용하는 정보용 해킹장비를 두고 불법 사찰으로 몰아붙여 직원을 죽음으로 내몰고, ‘적폐’를 핑계로 국가에 충성해 온 전·현직들을 범법자로 몰았다. 이들은 정보금치산자가 아니면 적어도 한정치산자에 해당하는 정보무능력자집단이다. 망상장애(paranoia)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해원(解怨, 한풀이)을 위한 정보기관 개혁이 되어서는 안된다.

둘째, 개혁의 대상이 무엇(what)이냐는 것이다. 국정원의 국내보안정보 기능은 사실상 노무현 정권 이후 사라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기에 2006년 3월 노 전 대통령은 "지금처럼 가면 제도적으로 큰 개혁을 안 해도 되는 수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문제의 핵심은 대공수사 기능을 빼앗아 경찰에 넘겨 준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국가 방첩기능의 80% 이상을 책임 수행하고 있는 기관이다. 이를 독립기관도 아닌 경찰조직으로 넘기려는 것은 국가 존립(안보)을 강도질하고, 국민행복(안정)을 기만적으로 빼앗는 행위이다. 권력분산 차원이라면, 국정원에서, 검찰에서 권한을 빼앗아 경찰로 몰아주는 것이 타당이나 한 짓인가! 의지도, 능력도 떨어지는 기관으로 국가보위 권한을 넘기겠다는 그 노림수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하다.

셋째, 방법(how)상의 문제이다.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 개혁은 립서비스가 되어서는 안된다. 정보기관은 정권의 하수인이 아닐 뿐더러 정권을 잡은 세력의 소유물도 아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제안하고 있는 개혁은 그 방향이나 내용과 관련해서 국민적 합의나 전문가 식견을 충분히 반영해서 숙고한 것이 아니다. 마치 귀찮은 자기 소유물을 다루듯 하고 있다. 제안된 법안의 내용에는 여러 곳에서 위헌적인 요소들이 발견되고, 적정한 법률로서 갖추어야 할 결격 요소들이 풀풀 묻어나고 있다. 위에서 살펴 본 것처럼 개혁의 방향도 분명하지 않다. 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을 구하고, 국민들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내는 숙고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넷째, 어째서(why)의 문제이다. 국정원이 대북 협상창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국정원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스러워야 한다. 특히 현 정권은 以前 정권들의 정권유착 행태를 집중적으로 비난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시시때때로 읊조리며 살아 온 세력이다. 그런데 이것도 말뿐인가? 정보 전문성도 없는 80대의 노회한 정치인을 원장으로 앉힌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든 무엇이든 국정원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것도 국정원을 졸지에 국가안보 전과전력자가 이끌어 가는 조직으로 전락시키면서까지... 그는 과연 “체제 변경을 주장하는 자유의 敵 들에게 엄정 대응이라는 잣대를 적용할 수 있는 인물인가?”

다섯째, 무엇을 위해서인가(for what). 일반적으로 정보기관에 대한 개혁의 제기는 3가지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이들 요소가 복합적으로 제기될 수도 있다. 우선, 정보실패(information failure)다. 2001년 9/11 사건이 대표적인 정보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이를 계기로 국가정보국(DNI) 제도를 신설하여 정보통합 기능을 보강하였다. 다음은, 정보기관이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리는 경우이다. 쉽게 말해서 정보기관의 비밀활동이 공개되어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최근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NSA의 해외 지도자 감청사건이 좋은 예이다. 마지막으로는 정보환경의 급변이다. 최근 4차 산업기술이라는 파괴적 혁신기술은 정보기술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개혁시도는 분명히 정치적 스캔들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정파적이고 단견적이다. 여기서는 정보기관의 역량강화라든가, 기술정보활동을 경쟁정보기관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개혁 의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여섯째, 누구를 위한 것인가(for whom). 전 세계가 네트워크와 되고 정보의 경계가 사라진 현실은 국가안보 정보의 국제협력을 필수로 해야 한다는 것을 주지의 사실이다. 아마 대한민국 어느 누구도 8순의 노정치인이 국정원장으로 임명될 것으로 상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이미 국가안보 관련 흠결이 있는 사람을 굳이 지명한 것이다. 청문회를 통해 밝혀 진 바와 같이 그는 우리의 주적과 거의 내통 수준에 있는 인물이다. 보다 밀착된 관계를 활용해서 커다란 양보를 얻어 내려는 ‘뻔한 한 수’가 읽혀진다. 그렇다면 이는 국가안보를 위한 국제협력과 공조가 긴요한 이 시기에 우방과의 정보협력, 위협공유는 이미 물 건너 간 것이 되고 말았다는 의미이다. “우방과의 협력보다 민족 간의 공조가 더 위대하다”라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여전히 대남혁명과 적화통일을 꿈꾸는 주적이라는 현실을 깨닫고 우방과의 협력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쪽으로 개혁방향의 선회가 이루어 져야 한다.

국가정보기관의 개혁은 정파적 이해관계나 또는 진영 논리에 따라 추진되도록 방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파가 주동이 되는 개혁은 당파적 이해득실이나 당장의 국민적 인기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편향적 개악이나 부분적 손질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가 만년대계를 설계하고 국민의 편안한 삶을 진정으로 보장하는 비밀정보조직을 꾸린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이는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거나 정보환경이 바뀔 경우 또 다시 개혁의 명분을 주게 되며, 국가정보기관은 정권의 교체주기마다 ‘개악적 개혁’이라는 불안정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 국가정보기관의 성과는 정치적 영향력에 휘둘림이 없이 강력한 정보역량을 발휘함으로써 국가안보를 확립하고 국민의 안전에 기여했는가를 바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인 모사드는 1949년 창설 이후 12번째 국장으로 평균 재임기간이 6년여인데, 국정원은 1961년 이후 35번째 원장으로 평균 재임이 1.7년에 불과하다는 것은 우리나라 정보기관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더구나 현 정권은 집권 3년 동안 국정원 전직 원장 4명을 비롯하여 전·현직 360여명을 ‘적폐’로 몰아 검찰조사를 받도록 하여 47명을 기소하였고, 내부적으로 500여명을 자체 감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력을 ‘조자룡 헌 칼 쓰듯이’ 하면 보복적 칼부림이 있을 것은 뻔한 이치이다. 정보기관의 개혁이 정치적 집단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국민합의와 국가정보 전문가들의 정밀한 판단과 숙고라는 과정을 거쳐 정보기관 본래의 위상, 안정적인 “국가의 등대(the light of the state)”로 하루 빨리 자리 맞춤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윤봉한

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사이버포렌식학과 주임교수
현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현 한국포렌식전문가협회 부회장
현 국가정보학회 이사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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