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하뉘- 춤 11 (300x200㎝, diasec, 2020)

[코리아데일리=김유경 기자]어둠이 내려앉은 음습(陰濕)의 공간, 열린 창을 거쳐 석양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의 품으로 붉은 천이 자유비행(自由飛行)을 시작한다.

자연과 천을 오브제로 또 다른 나(Ego)를 찾는 작업을 하는 사진작가 정하뉘의 ‘춤:舞’ 사진전이 8월 17일부터 30일까지 갤러리 강호 기획전으로 열린다.

정하뉘는 움직임을 갖는 세상의 모든 사물을 무희(舞姬)로 보며 타의에 따라 움직이는 모든 것은 춤추는 행위로 규정한다. 바람에 휘날리는 천의 모습이 마치 타의에 따라 휩쓸려 다니는 본인의 모습으로 감정 이입해 작업으로 표현된다.

어쩌면 그녀는 자연 속에서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인 색인 빨강(赤) 천을 통해 세상과 마주했던 경험들, 즉 활기(活氣)와 욕망과 매혹과 권력 그리고 금기의 내재된 몸부림을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직접 무용가가 되고 스토리를 연출하는 독립 사진가로서 모든 장면에 개입해 사진을 완성시킨다. 천은 하늘과 땅을, 타인과 나를 연결하는 고리로서 존재하며 신부의 얼굴을 가리는 신비의 면사포와는 다른 무언의 비밀(Veil)이 돼 형체 없는 감정들을 허공에 그려낸다.

정하뉘의 ‘춤:舞’은 계원대 사진예술과 졸업 작업으로 2014년 처음 시작해 시간의 흐름으로 구체화돼 변이된 시리즈다. 기억이 잔존하는 광활한 바다와 드넓은 대지 그리고 누군가의 흔적들로 채웠던 의미의 공간들 모두는 그녀의 카메라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다.

정하뉘는 “태극기의 본질이 국가이지만 천(소재)으로 제작돼 바람에 의해 타의적으로 움직인다”며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제각각 행위에 대한 움직임이 있고 이러한 동작들은 스스로의 의미하는 바와 함께 타의적으로 해석되는 긍정, 부정, 미적, 불쾌감 등의 주관적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고 설명했다.

제7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에서 갤러리와 상을 받은 정하뉘의 ‘춤:舞’은 30일까지 갤러리강호에서 계속된다. 갤러리 강호는 종로구 삼일대로32길 22-1 2층에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