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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대중 대통령 서거11주기, 정세균 국무총리 추도사 전문
류재복 기자  |  yjb08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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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18  13: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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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대중 대통령 서거11주기, 정세균 국무총리 추도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추도식에 참석해주신 내빈 여러분, 사랑하는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지 벌써 11년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이희호 여사님께서 소천하신 후, 두 분을 이곳 현충원에 함께 모셨습니다.

해마다 오늘이 오면 슬프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올해는 유난히 슬픔이 더 깊습니다. 여사님은 한평생 대통령님의 신념을 믿고 지지해주신 동반자이셨습니다. 옥바라지를 하던 여사님은 수백 통의 편지로 대통령님께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바르게 살기 위해 발버둥쳤습니다. 그래서 받은 것이 ‘고난의 상’입니다.”

“당신의 생이 평탄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이희호 여사님의 편지글입니다. 김대중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을 그리워하고 계신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통령님을 생각할 때면, ‘눈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33년 전 민주 영령들께서 잠들어 계신 망월동 5.18 민주묘역에서 흘리신 눈물을 기억합니다. 1987년 9월, 사면복권이 된 대통령님은 가장 먼저 5.18 민주묘역을 찾으셨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무려 7년 만이었습니다. 대통령님은 피눈물을 자아내고 가슴을 떨리게 한 그 이름 ‘광주! 무등산! 망월동!’을 외치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리고 민주 영령들과 광주시민을 향해 이렇게 약속하셨습니다.

“눈부시게 환한 새벽은 고통 속에 밤을 지샌 사람에게만 오는 것입니다. 조국에 대한 나의 뜨거운 열정과 민주주의에 대한 나의 한없는 믿음을 담아, 민중의 서러운 가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겠습니다. 동트는 민주와 민중의 새벽을 앞장서 열어가겠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님은 그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여야 간 평화적이고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내셨습니다. 오랜 세월 온갖 탄압과 박해에도 불구하고, 화해와 용서의 삶을 사셨습니다.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한국전쟁 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셨습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셨습니다. 남녀차별을 비롯한 각종 차별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의 틀도 세우셨습니다. 추운 겨울의 모진 고통을 이겨내고, 세상의 해로운 독을 풀어주는 인동초의 삶을 사신 것입니다. 대통령님께서 꽃피운 인동초의 향기는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2000년 12월, 대통령님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으셨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 길을 걸어온 대통령님에 대한 세계인의 보답이었습니다. 그러한 분이 우리의 대통령이셨다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위기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장마와 태풍까지 더해져,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IMF 국가위기를 극복하신 대통령님의 생애와 신념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역경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인동초 정신’을 그려봅니다. 대통령님은 철저하게 ‘믿음의 삶’을 사셨습니다. ‘국민’을 믿으셨고, ‘화합’을 믿으셨고, ‘평화’를 믿으셨습니다.

   
 

먼저, 대통령님은 ‘국민’을 믿으셨습니다. 위기 상황을 있는 그대로 국민께 알리고, 모두의 고통 분담을 호소하셨습니다. 대통령님은 국민을 믿었고, 국민은 그러한 대통령님을 따랐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국민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을 상용화하며 신산업을 키우셨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해, 국민의 생활 안정에도 힘쓰셨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예상보다 3년이나 앞당겨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둘째, 대통령님은 ‘화합’의 힘을 믿으셨습니다. 1980년 치욕의 군사 법정에서 이렇게 유언하셨습니다. “나는 이제 죽지만, 다시는 이 땅에 정치 보복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죽음을 기다리는 최후 진술에서 화해와 용서, 화합과 통합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18년 후 정권교체를 이루어냈고, 죽음을 강요했던 군사독재정권을 이렇게 품어 안으셨습니다. “우리는 독재를 강요한 제도는 결코 용납할 수 없지만, 독재를 범한 인간은 용서할 수 있다” 대통령님께서는 화해와 용서를 통해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끝내고, 화합과 통합의 시대를 활짝 여신 것입니다.

셋째, 대통령님은 ‘평화’의 힘을 믿으셨습니다. 이민족의 침략으로 고통받고, 한국전쟁으로 동족상잔의 고통까지 받은 우리 민족에게 무엇보다 평화가 가장 소중하다는 믿음을 갖고 계셨습니다. 특히,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남북평화의 길을 힘차게 여셨습니다. 2000년 역사적인 ‘6․15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소회를 이렇게 밝히기도 하셨습니다.

“반만년 우리 민족은 단일 민족으로서 살아왔습니다. 그런 민족이 타의에 의한 불과 55년의 분단 때문에 서로 외면하거나 정신적으로 남남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통일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인내심이 필요하고, 또 성의가 필요합니다.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밟아나가면서 가능한 것부터 풀어나가는 동안에, 서로 믿음이 생기고 신뢰가 형성될 것입니다.” 지금, 남북 경색 국면에서 가슴 깊이 새겨야 하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님, 오늘 우리는 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믿고, 화합을 믿고, 평화를 믿으셨던 대통령님의 신념과 생애를 되돌아보며, 각오를 다집니다. 고난을 딛고 시련을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습니다. 국민통합과 화합, 경제회복과 불평등 해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대통령님의 유지를 받들어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며, 지금의 위기를 반드시 이겨내고,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사랑하는 대통령님, 저 정세균, 정치인으로서 삶의 출발점은 바로 대통령님이셨습니다. 20여 년 동안 대통령님을 모실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큰 영광이었습니다. 대통령님께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대통령님, 지켜봐주시고, 지혜와 용기를 주십시오. 국무총리 정세균, 삼가 분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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