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만큼이나 넓은 마음으로 넓은 세상을 바라봅니다”

▲ 강화어민협의회 이명만 회장

[코리아데일리=장순배 기자]마치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만난 느낌이었다. 강화어민협의회 이명만 회장은 7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다에서 날렵한 솜씨로 고기잡이를 할 만큼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수줍게 자랑한다.

그는 평생 강화에서 살면서 40년을 넘게 어민으로서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직 고기잡이만 하고 살아왔다. 주로 석모도 근처에서 조업하고 있는 이회장은 강화도의 바다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 강화도 지역의 새로운 어업 생태계를 꿈꾸며...(사진=강화어민협의회)

강화에서 새로운 어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다

강화어민협의회는 소외되어 있던 어민들을 위한 단체로 시작되었다. 그만큼 이 단체에는 어민들이 모여 사회봉사도 하고 일자리도 창출하면서 수익을 얻는 꿈이 깃들어 있다. 특별히 어민들이 잡은 물고기를 소비자들과 직접 연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다 싱싱한 고품질의 물고기를 보다 저렴하고 경제적인 가격에 팔 수 있는 어판이 만들어지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강화어민협의회는 발족 첫해부터 강화군에 불우이웃돕기로 500만원을 기탁할 만큼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곧장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협의회의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각종 민원 제기 및 행정 규제로 인하여, 본래의 뜻을 펼치는 데 많은 제약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로 인해 흔들리거나 넘어질 이회장이 아니었다. 이명만 회장은 한 포구에 여러 어촌계가 생기는 것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변한다. 기존의 상권이 무너지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어업 생태계가 충분히 조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있는 것이다.

3년째 발목을 잡혀 있는 강화어민협의회가 하루 속히 정상화되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실제로 물고기를 잡고 있는 어민들이 이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이 회장은 전한다. 그는 어려움이 조속히 해결되기만 한다면, 협의회가 빠른 속도로 재정비되어 그간 꿈꾸었으나 이루지 못했던 사업들을 이어나갈 수 있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 강화도 갯벌 체험 모습.

어업 생태계로의 초대

“저는 평생 바다에서 살아온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바다는 주어진 자연 속에서 노력한 만큼 정직하게 건져낼 수 있는 곳이거든요”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이명만 회장은 어업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 한 때는 도심지로 나가는 이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 노력한 만큼의 상당한 소득이 주어지면서 은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어민의 삶이 아니던가. 성실하기만 한다면 대가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바다라고 그는 전한다. 과거 어느 시절에는 노력해도 그 만큼의 대가를 얻지 못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기에, 어민들의 자부심도 이전과는 달리 상당히 높아져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회장은 취업난에 시달리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을 어업 생태계로 진출할 수 있기를 간곡히 소망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들에게 어업의 세계를 알려주고 싶지만 그에 어울리는 준비와 각오를 갖춘 이들을 찾아보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희망을 갖는다. 언젠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보다 더 넓은 세상이 바다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 석모대교 전경

물고기는 모이는 곳에 모인다

이명만 회장이 평생을 살아온 강화 주변의 바다는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자원의 보고다. 육지와는 다른 생태계에 둘러싸여 있기에, 최근 전국을 휩쓸었던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도 안전할 수 있었다.
또한 인천 지역에 낚시 산업이 상당히 발달해 있는 반면에, 강화도만큼은 아직 낚시가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이 회장은 평가한다. 사실 낚시도 어민의 삶과 닮아서, 도면을 가지고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고기는 모이는 곳에 모이기 때문이다. 바다의 거대한 흐름을 보고, 물고기가 언제 어디에 모이는 지 알아챌 수 있는 통찰이 필요하다고나 할까.

이러한 바다의 원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강화의 어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된다. 비록 어렵고 힘든 역경에 처한다 해도, 저 밑 바닷 속은 오늘도 물고기가 모여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꿈 역시 바다를 닮았다. 평생 다른 일은 하지 않고 고기잡이만을 해왔던 그는,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여 강화어민협의회가 정착되기만 한다면, 뜻 있는 젊은이들에게 이 일을 넘겨주고 뒤에서 묵묵히 어민들의 삶을 품으며 뒷받침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저는 우리 협의회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해요. 분명 어려운 일만 잘 마무리 되면, 금방 발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민들을 위한 이러한 활동이 강화뿐만 아니라 인근의 어촌 지역으로 널리 확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