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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제였나? 영혼 결혼식이었나?"
류재복 기자  |  yjb08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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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31  10: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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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제였나? 영혼 결혼식이었나?"

   
 

[코리아데일리=류재복 대기자] 배상과 교육을위한 위안부행동 (Comfort Women Action for Redress and Education, CARE) 김현정 (Phyllis Kim) 대표가 30일, "위령제였나 영혼 결혼식이었나!"라는 내용을 기자에게 보내왔다. 그 내용을 그대로 전재한다.

이용수 할머니를 향한 공격이 계속되고있습니다. 여기에대해 한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의 힘으로 저항할수 없는(예를들면 일본군 성노예제 또는 흑인노예제 같은) 엄청난 시스템적 권력을 바탕으로 장기간동안 이루어지는 폭압적인 인권침해의 피해자들은 살아남기위해 자기보호기를 발휘하게 됩니다.

자신이 매일매일 당하고있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납득할수없는 현실을 직시하는건 인간으로서 도저히 견디기 힘든 일이라서, 그런경우 대개 자살을 하거나 마약(일본군이 아편을 위안부에게주입한 사실은 증언에서 확인됩니다)에 취해 정신줄을 놓아버리게 됩니다.

그렇지않고 살아남기위해서 인간은 자기의 존재가치를 어떤방식으로든 인정받아야 하며, 연락도 닿지않는 가족이 그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가해자편에 서서 가해자가 가진 권력안에 안도하거나, 가해자와 사랑에빠지는 현상도 종종 나타납니다.

심리학에서는 스톡홀름신드롬 이라고 합니다. 장기간 가정폭력에 노출된 피해자가 가해자를 사랑한다며 처벌을 원치않는 경우를 요즈음도 심심찮게 볼수있습니다.

이용수 할머니의 경우, 집에서 귀한 고명딸이었습니다. 멋도모르고 대만까지 고통스러운 과정을거쳐 끌려갔을때 극심한 혼란상태에 있었을 것이라는건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도대체 내가 왜?’라는 질문을 하는것조차 너무나 감당하기 어렵고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어쩌면 극심한 불안감과무기력감에 모든 논리적사고를 중단했을수도 있습니다.

위안소에 도착했을때, 군인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극심한 고문과 구타를 당하고 죽을뻔한 할머니를 살려낸것이 그 일본군인 이었습니다. 비록 일본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이용수 할머니는 끌려갈당시 15세였고, 조선이 식민지인지 뭔지, 전쟁이 났는지, 누가 전쟁을 하는지, 이런것도 전혀모르는시골처녀 였습니다) "너는 너무 어리다"며 자신을 동정해주고 자신을 살리기위해 애써준 젊은장교에게 심적으로 의지하게 되는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을것입니다.

생명의 은인이었던 그 군인은 할머니에게 친절하게 대했고 사랑의 감정이 싹텄을것입니다. 그랬던그가 어느날 찾아와 이제 내일이면 나는 죽으러 간다며, "전투기는 뜨는데 대만은 멀어져간다... 나를위해 울어줄 사람은ooo (그 군인이 지어준 이용수 할머니의 일본식이름)뿐..."이라는 노래를가르쳐 주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할머니가 나중에 그 노래덕분에 자신이 잡혀있던 곳이 어디였는지를 알아내서, 대만에 가서 그 군인의 실명과 그가 가미가제 대원으로 출동해서 전사한 날짜까지 확인합니다.

할머니가 그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신랑 신부 두개의 인형을 바다에 띄웠을 때 신랑 인형에는 그 군인의 이름을, 신부 인형에는 ‘무명씨’ 라고 적었지만, 어쩌면 할머니는 이용수라는 이름을 적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일본군인과 영혼 결혼식이라니!! 저 할매가 노망이 났군!" 이런 비난을 받을까봐 그렇게 하지 못한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그런것 까지 할머니께 여쭈어 볼수는 없었습니다.

그 상처를 후벼파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일본 군인이었지만 그도 고향을 그리워하고, 가족을 그리워하고, 조선에서 성노예로 멋모르고끌려온 소녀를 동정하고 그를 사랑해주었습니다. 그건 그냥 인간적인 일이었고, 그런 그가 있었기때문에 지금의 이용수 할머니가 계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물론 저도 할머니 통역을 하다가 처음 그 얘기를 듣고 너무나 당황했었습니다. 하지만 차츰 배워갔습니다. 할머니가 지옥의 끝에서 자신에게 인간적인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을 사랑했는데 그가 일본군인이었다고해서 할머니를 친일파나 매국노로 모는건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 일입니다.

우리가 뭉뚱그려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라 부르는 그분들... 여러분 한분 한분과 마찬가지로 각자의삶이있고, 가족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세상 누구보다도 감추고싶은 깊은 상처가있는 분들입니다. 함부로 판단하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가 그 고통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극복했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떻게 감히 그 고통을 "극복"했다고 할수 있겠습니까) 나오셔서 수많은 이방인들 앞에서서 본인의 상처를 내보이시고 증언을하실때, 끔찍하고 수치스러운 기억들은 조금 감추고,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기억을 드러내신다고해서 누가 할머니께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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