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신용공여 4300억 규모 대한항공 외화 ABS는 조기상환 사유 도달...기업.국민.농협銀도 물려

 

[코리아데일리=김유경 기자]미래에 발생할 항공권 매출을 담보로 항공사가 자금을 빌려오는 수단인 자산유동화증권(ABS)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항공사가 회사채 시장 경색에 이어 ABS 조기상환 압박에 놓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동성 관리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항공사가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해당 ABS에 신용을 공여한 은행들이 채무를 부담해야 해 향후 ABS가 금융권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된다.

지난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ABS 발행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조7136억원, 8060억원으로 약 2조5200억원 규모다. 이 중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10일 신용등급을 하향한 ABS 발행잔액은 대한항공이 1조3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이 4228억원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ABS 상환재원인 항공권 판매실적이 급감하면서 만기 전에 자금을 갚아야 하는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행한 ABS 중 상당수는 회사채 신용등급 관련 강제상환옵션이 붙어 있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조기 상환해야 한다는 특약이 걸려 있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ABS의 조기지급 사유는 회사채 신용등급 BBB- 미만 도달, 부채상환계수 일정 기준 미달, 해당 채무 외 차입에서 채무불이행 중 한 가지라도 충족하는 경우다. ABS의 3월 회수실적은 아시아나항공이 전년 동월 대비 42.3~99.7%, 대한항공이 67.7~84.1% 감소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다음달 말까지 3~5월 석 달간 평균 실적이 이처럼 부진하면 조기상환 트리거 발동으로 이어진다. 회사채에 이어 ABS 시장까지 위축된 상황에서 만약 항공사가 ABS 조기상환에 실패하면 다른 채무에 대한 릴레이 상환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도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 인수 후 재무구조가 지금보다는 개선될 여지가 있고, 대한항공은 유휴자산 매각을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당분간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 지속될 것"이라며 "항공사 자체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항공사 ABS 폭탄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항공사의 자금 경색이 극심한 만큼 조기상환 트리거 발동 이후에도 ABS 상환에 나서지 못할 수 있고, 이럴 경우 신용공여를 한 은행들이 채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한 아시아나항공 ABS 발행잔액 4688억원(7건) 중 IBK기업은행이 신용을 보강한 ABS는 3158억원(3건) 규모다. 다음달 말까지도 항공권 판매 실적이 부진하면 강제로 조기상환 해야 되고 기업은행이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기업은행 측은 "아시아나항공 ABS 3건에 걸쳐 신용보강을 했고 최초 보강금액은 3300억원이었지만 계속 상환이 이뤄져 현재 남은 잔액은 약 15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주도적으로 신용을 공여한 대한항공 ABS는 지난달 말 이미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했다. 2018년 10월 발행한 3억5000만달러(약 4300억원) 규모의 외화 ABS다. 미주노선이 기반인데 코로나19 여파로 항공편 운항이 40% 이상 취소되면 조기상환 해야 된다는 조항에 걸린 것이다. 이 ABS는 신한은행이 신용위험을 분산, 현재 신한ㆍ기업ㆍKB국민은행이 각각 1200억원 가량, 농협은행이 600억 가량의 신용을 공여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조기상환사유 발생 '선언' 시점만 9월 말로 미뤄뒀다.

시중은행은 항공사에 대한 차입금은 이미 축소했지만 ABS 신용공여로 인한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평사들은 ABS가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활발하게 유통돼 왔던 만큼 은행들이 직접 보유한 ABS도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항공 수요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항공사 ABS 조기상환 트리거 발동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항공사의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 및 정부 지원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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