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희나 작가 (사진제공= 주한스웨덴대사관)

[코리아데일리=김유경 기자]세계 최대의 어린이·청소년 문학상으로 손꼽히는 스웨덴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은 3월 31일 한국의 백희나 그림책 작가를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했다.

백희나 작가가 지금까지 발표한 13권의 그림책은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다수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대표작 구름빵은 2011년 영어로 출판된 바 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은 2002년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스웨덴의 아동문학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추모하고, 전 세계인들의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힘썼던 그녀의 노력을 기리기 위해 스웨덴 정부가 2002년 제정한 문학상이다.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구연동화가, 독서 단체를 대상으로 매년 개인 또는 다수의 수상자를 선정하며 수상자에게는 500만 스웨덴 크로나(약 6억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스웨덴예술위원회(Swedish Arts Council) 주관으로, 어린이·청소년 문학, 독서 진흥, 아동, 권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12명의 심사의원단에 의하여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는 67개국 총 240후보를 심사했다.

한국인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는 “정말 받고 싶은 상이었지만, 제가 받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순간에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저에게 일어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고독과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백 작가의 영화같은 그림책은 소재와 표정·몸짓을 놀라운 감각으로 나타낸다”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미니어처 세계 속에서 구름빵과 달 샤베트, 동물, 목욕탕 선녀와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백 작가의 작품은 경이로운 세계로 향하는 통로이며, 감각적이고 아찔하면서 예리하다”고 평했다.

수상자 발표는 3월 31일 스웨덴의 국민작가로 잘 알려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스톡홀름 생가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스웨덴 문화부 장관 아만다 린드는 축사를 통해 많은 어린이와 가족이 집에 머물러야 하는 요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의 의의가 더욱 돋보인다고 전하며 “문학은 집에서 세상을 탐험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 위안을 받고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해주기도 한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특히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주한스웨덴대사 야콥 할그렌은 “올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을 백희나 작가가 수상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2020년은 삐삐 롱스타킹 탄생 75주년을 맞은 특별한 해”라며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활발한 문화적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이 북유럽 최대 도서전인 예테보리 국제도서전의 주빈국으로 북유럽과 세계에 한국 문학을 알렸고, 올해는 백희나 작가의 수상이 이어졌다. 더 많은 스웨덴과 세계의 어린이가 백 작가의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읽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백희나 작가 수상 소감 전문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워낙 상과는 거리가 먼 인생이었던지라……. 정말 받고 싶은 상이었지만, 제가 받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수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 설마 그 상은 아니겠지, 스웨덴에서 주는 다른 상이 또 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림책 작가 인생은 시작부터 무척 험난했습니다. 산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산이 버티고 있었고, 바닥을 쳤다 싶으면 그보다 더한 바닥이 나오곤 했습니다. 최근에 첫 책 구름빵 저작권을 되찾기 위한 재판에서 2심까지 패소했습니다.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요. 지금이 그 어두운 순간인가 생각하며 힘을 내려는 마음과 나는 끝까지 불운이 계속될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마음 사이를 오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순간에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저에게 일어났네요. 안전하고, 행복하고, 모든 일이 순리대로 이루어지는 꿈같은 세상에서 아이로 살고 싶어 시작한 그림책 작가 인생이 이리도 드라마틱하게 흘러갈 줄은 몰랐습니다.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 같은 여정이라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하루빨리 털고 일어나 다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모두가 바라마지 않는 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백희나 작가 소개

 백희나 작가는 1971년 서울 출생으로, 현재 서울 이촌동에 스튜디오가 있다.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육 공학을 전공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예술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와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일하던 중, 딸이 태어나면서 직접 그림책을 만드는 동화작가로 변신했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은 마법과 경이로움의 세계로 가는 통로 역할을 하며, 백희나 작가만의 고유한 기법과 예술적 해법은 그림책이라는 매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백희나 작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제작과 조각, 조명 디자인에 엄청난 정성과 집중을 요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창작한다. 백희나 작가는 한국 국내와 해외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백희나 작가 일부 작품 소개

 백희나 작가의 데뷔 작품 구름빵은 독자들을 “만약… 라면”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야기는 어느 비 오는 평일 아침, 어린 고양이 두 마리가 작은 구름 한 조각을 발견해 집으로 가져오면서 시작된다. 엄마는 그 구름을 재료로 마법의 빵을 굽는데, 그 빵을 먹으면 날아다니는 능력이 생긴다. 이 책은 한국에서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어 TV 시리즈와 뮤지컬로 제작되고 장난감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삐약이 엄마(2011년)는 백희나 작가 작품 중에서 드물게 목탄과 잉크로 그린 책들 중 하나이다. 부모 역할을 다소 거칠면서 있는 그대로 표현해 감상적이지 않고 엉뚱한 매력이 있는 희극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백희나 작가의 가장 최근 작품 나는 개다(2019년)는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개들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엄마와 형제들을 그리워하지만 이제 자신의 새 집은 자신을 사랑하는 현재의 가족이고 새 임무는 그 가족들을 돌보는 것임을 깨닫는 개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한 이야기이다. 백희나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자세와 얼굴 표정이 각각 조금씩 다른 점토 개를 50마리 이상 만들었다.

그 외 주요 작품으로 알사탕(2017년), 달 샤베트(2011), 이상한 손님(2018년), 장수탕 선녀님(2012년) 등이 있다.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 로고 (사진제공=주한스웨덴대사관)

주한스웨덴대사관 개요

주한스웨덴대사관은 문화, 사회, 정치, 경제 제반 분야에서 스웨덴과 대한민국 양국 간 관계를 증진시키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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