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비례대표 민노총의 독무대?

 

[코리아데일리=홍이숙기자]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출신 후보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자로 꼽혀온 정의당의 비례대표 후보 경선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독무대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민노총을 찾아 '1조합원 1진보정당 갖기' 캠페인을 제안한 이후 민노총 조합원들이 정의당 시민선거인단 모집에 대거 몰리고 있어서다.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대의원ㆍ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추천할 (비례대표) 후보자를 결정한다"고 규정한 개정 선거법에 따라 정의당은 권리당원 투표(70%)와 시민선거인단 투표(30%)를 합산해 비례대표 후보의 순번을 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8일부터 선거인단을 모집 중이다. 2019년 11월 이전 입당자 중 일정 기간 정기적으로 당비를 납부해 온 '진성당원'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권리당원 모집 기간은 이미 완료된 상태다. 
 
12일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 접수를 통해 시민선거인단 가입 의사를 밝힌 사람은 10만 명을 넘어섰다. 정의당 당직자 출신 한 인사는 "이 중 절반 가까이는 (민노총) 조합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운동장이 급격히 민노총에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참여자는 현재 30명이 넘는다. 권리당원은 상당수가 경선 참여자들이 모집한 터라, 권리당원 투표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게 정설이다. 자연히 시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조직표가 가동하면 그쪽에 힘이 실리게 된다. 
 
정의당에 돌아갈 비례대표 의석수는 현재 최대 10석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례대표 경선은 ‘박힌 돌’(당직자 출신)과 '굴러온 돌'(영입 인사)의 대결 구도다. '굴러온 돌'에 해당하는 민노총 출신의 경선 후보는 김영훈 전 민노총 위원장, 양경규 전 민노총 정치위원장, 박창진 전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 등 4~5명 정도다. 민노총의 조직표는 이들에게 쏠릴 공산이 크다. 
 
민노총을 끌어들이기 위해 애쓴 건 심 대표다. 심 대표는 지난달 14일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을 만나 선거인단 가입을 권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노총-정의당 간담회’에서 심 대표는 “민노총 조합원들이 개방형 경선제의 선거인단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노동이 당당한 나라의 적임자인 정의당 비례대표를 함께 선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거를 매개로 정의당의 조직기반을 최대한 확대해 둬야 한다는 게 심 대표의 구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의당 내부에선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한 당직자는 "비례대표 후보 상위 순번 중 청년·여성·장애인 몫으로 할당되는 번호가 있어 당직자 출신과 노총 출신은 5개 안팎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흥행을 위한 선거인단 개방이 오랫동안 정의당 건설에 기여해 온 활동가를 잡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한 정의당원은 "민노총과 정의당이 손잡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민노총 출신이 너무 많은 의석을 차지하면 정의당이 지향해 온 다양한 진보적 가치가 되레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