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能(못하겠다)! 不明白(모르겠다)!리원량죽음에 심상찮은 중국

 

[코리아데일리=홍이숙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최초로 경고한 중국인 의사 리원량(李文亮·34)의 훈계서에서가 인터넷서 알려지면서 지난 주말부터 중국 네티즌 사이에는 새로운 형태의 셀카 사진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즉 '不能(못하겠다) 不明白(모르겠다)'라는 문구를 손글씨로 적어 인증하는 게시물이 트위터 등 SNS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왜 거부하고 있는가?

 

지난 1월 3일 밤 리원량은 우한시 공안국으로부터 출두 명령을 받고 파출소로 향했다. 경찰은 그에게 훈계서를 읽고 서명하라고 지시했다. 그가 저질렀다는 범죄 행위는 '위챗을 통해 화난(华南)채소 시장에 7명의 사스 환자가 있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것이었다.  
 
리원량이 훈계서에 적은 문구는 딱 2개. '能(넝, 할 수 있다)', 그리고 '明白(밍바이, 알겠다)' 였다.
 
'能'은 '당신은 유언비어를 유포해 사회 질서를 해쳤다. 범법 행위 중단을 요구한다. 그렇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의 자필 답이었다. '明白'는 '위법행위를 계속할 경우 법의 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 알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경찰의 압박과 협박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한 것이다. 리원량은 "병원과 가족이 불이익을 당할 것이 걱정돼 서명했다"고 뒷날 밝히기도 했다.  
 

경찰의 협박에 굴복해야 했던 단어 '能', 그리고 '明白'. 이 단어는 넷티즌들의 공산당에 대한 저항의 뜻을 담아 '不能(못하겠다)', '不明白(모르겠다)'라는 단어로 재탄생했다.  
 
일종의 '불복종 운동'을 제안한 중국 넷티즌들은 불의에도 입을 닫아야했던 리원량을 추모하며 '이제는 행동할 때다', '일어나 저항하라'는 격한 글을 올리고 있다. 
 

리원량이 숨진 지난 7일에는 우한 시내에서 밤 9시 전후로 10분 동안 일제히 소등을 했다가 다시 전등을 켜고, 호루라기를 불며 '휘슬블로어'(whistle blower·내부고발자)를 기리는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웨이보에는 '나는 표현의 자유를 원한다'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이 올라와 2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다가 곧 삭제되기도 했다.
 
친첸훙 우한대 교수는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여론은 지금 슬픔과 분노를 공유하고 있다"며 "후야오방 전 공산당 총서기가 죽었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후야오방 전 총서기는 1987년 학생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실각했으며 그의 죽음은 1989년 6월 천안문 사태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번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가 계속 급증하고 신종 코로나 발병 사실을 최초 폭로한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34세의 나이에 감염돼 숨지는 등 여론이 크게 악화하며 시진핑 리더십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드디어 얼굴을 내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정부는 우한 지역에 국가감찰위원회를 파견해 리원량의 죽음을 전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험악해진 민심은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에도 생채기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던 초기에 적극적인 대응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방역 실패를 우한 등 지방 정부에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신종코로나 사태를 진두지휘하지 않고 리커창 총리가 현장에 내려가자 '시진핑이 보이지 않는다'는 웅성거림도 나온다.

그동안 시진핑 주석은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10일오후  시주석은  베이징 디탄 병원을 방문해 흰 의사 가운에 마스크를 낀 채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격려했다.

이날 행보와 관련해서도 이미 10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내는 상황에서 등 떠밀려 나온 게 아니냐는 따가운 지적을 받을 정도다.

시 주석은 지난달 20일 "신종 코로나 억제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처음 내린 데 이어 춘절(春節, 설) 당일인 지난달 25일과 지난 3일 잇따라 중국 최고 지도부 회의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개최했으나 직접 현장을 찾지는 않았었다.

중국공산당은 대중의 분노를 달랠기 위해 관료들을 처벌할수 있겠지만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는 대중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수 있을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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