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 청나라  황제의 초상화 공개

[코리아데일리=홍이숙기자]조선일보에 따르면 서울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지병목) 특별전 '청 황실의 아침, 심양 고궁'에선 다양한 구도로 그려진 청나라 초기 황제들의 초상화를 감상할 수 있다. 태조 누르하치와 태종 홍타이지는 용상에 앉아 있는 전신상을 그렸고, 4대 황제 강희제는 조복(朝服) 차림의 반신 초상이다. 8대 도광제는 활을 차고 말탄 모습을 그려 만주족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겨울용 용포(龍袍)를 입은 황제가 흰 말을 타고 있다. 허리는 꼿꼿이 폈고 왼손으로 고삐를 쥐었다. 청나라 최전성기를 이룩한 제6대 황제 건륭제를 그린 '말을 탄 건륭제 초상'이다. 말타기와 활쏘기로 민족적 자부심을 드러내려 했던 청 황제들은 기마상(騎馬像) 초상화를 통해 만주족 출신 군주로서의 위엄을 과시하려 했다.

동서를 막론하고 왕의 초상화는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그렸다. 드넓은 영토에서 다양한 민족을 통치해야 했던 중국 황제에게 초상화는 홍보와 과시의 수단이었다. 반면 조선시대 어진(御眞·왕의 초상화)은 '터럭 한 올이라도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다'라는 정신에 입각해 극사실적 묘사를 추구했고, 왕의 내면까지 화폭에 담아내려 했다.

보물 제932호 ‘영조 어진’. 익선관을 쓰고 곤룡포를 입은 반신상이다(국립박물관)

지난 6일 국립고궁박물관이 발간한 도록 '궁중서화Ⅱ'에서 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왕의 어진 18점이 모두 공개됐다. 조선왕조 어진은 48점이 있었지만 6·25 전쟁 때 화재로 인해 대부분 소실되거나 훼손됐다. 남아 있는 18점도 상당수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세조 어진을 그릴 때 밑그림으로 사용한 초본(草本)도 도록에 실렸다. 조선 최후의 어진 화가인 이당 김은호(1892~1979)가 1735년의 세조 어진 모사본을 다시 옮겨 그린 초본이다. 영화 '관상'에서 이정재가 연기한 세조는 역모의 얼굴인 '이리상'으로 묘사됐지만, 이 초본 속 세조는 둥근 얼굴에 유순한 인상을 하고 있다.

신재근 학예연구사는 "실물은 남아 있지 않지만 조선 어진에도 기마상을 그렸다는 기록이 전한다"고 했다. 중종실록에 '태조 대왕의 것(초상화)은 전신상(全身像)·반신상·승마상(乘馬像)이 있어 20여 가지나 되고 이하 역대 조종의 영정(影幀)은 일정하지 않은데, 일시에 모두 대궐 안으로 모시리까, 차례차례 대궐 안으로 모시리까?' 하는 대목이 있다.

박물관은 "이민족 통치자였던 청나라 황제가 초상화를 선전 수단으로 활용했다면, 정신까지 담아낸 조선시대 왕의 초상은 그림이 아니라 왕 그 자체"라고 했다. 특별전은 3월 1일까지인데  박물관 홈페이지(www.gogung.go.kr)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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