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늑장대응 중국 비호 논란에 휘말려

 
[코리아데일리=홍이숙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3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산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나 늑장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이러스가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견된 후 전 세계로 확산했으나 한 달이 넘도록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다.
 
동시에 WHO가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늑장 대응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2017년 600억 위안(약 10조1800억원)을 WHO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WHO는 이날 우한 폐렴과 관련해 두 번째 긴급 위원회를 연 뒤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적으로 우려되는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1948년 발족한 뒤 6번째로 선포한 비상사태다. 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그러나 국경을 넘나드는 여행 및 교역의 제한을 권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으며, 중국 정부의 대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WHO는 지난 22일 첫 긴급 위원회를 연 뒤엔 비상사태를 선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중국 내에선 비상사태이지만 국제적으로는 아니다”라고 선포 유예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바이러스는 한국ㆍ일본 등 인접국을 넘어 미국ㆍ유럽까지 확산했다. 첫 긴급위원회 회의도 발병 후 3주가 넘은 시점에 뒤늦게 소집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비상사태 선포 권한은 사무총장에게 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의 대응 능력을 높게 평가한 데 대해서도 국제 여론은 썩 좋지 않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28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만나 “중국의 전염병 통제 능력을 믿는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우한시에 대해 중국 당국이 발생 초기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하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중국 내부에서도 나왔던 때였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선 한술 더 떠 중국을 강력히 변호했다. 그는 “이번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중국에 대한 불신임이 아니다”라며 “시 주석이 발병 관련 상황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어 감명을 받았으며, 중국은 축하를 받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에티오피아 보건부 장관을 지낸 뒤 WHO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ㆍ미국ㆍ일본 등 바이러스 확산국 정부들이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을 우한에서 철수시키는 것과 관련해 WHO 사무총장은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WHO가 이같은 (전세기 철수) 조치를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며 “추가 감염 사례에 대해선 각국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각국의 전세기를 동원한 '엑소더스'에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같은 WHO 사무총장의 발언은 중국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이 때문에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중국이 WHO에 약속한 지원금 때문에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WHO의 전반적 대응 체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WHO가 홈페이지에 바이러스 관련 상황 보고서를 매일 올리는 과정에서 25일까지는 위험 수준을 ‘보통’으로 했다가 2일 갑자기 ‘높음’으로 변경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WHO는 “단순 실수를 바로 잡은 것뿐”이라고 설명했으나 일각에선 애초 WHO가 위험 수준을 낮게 오판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 당시 국제 방역 활동에 참여했던 영국 피터 파이엇 의학박사는 30일 뉴욕타임스에 “비상사태 선포 과정에도 흠결이 있다”며 “경고 단계를 세부적으로 나누지 않고 아주 심각할 경우 비상사태를 선포한다는 것은 (우려) 확산을 키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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