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받고 살아난 킴벌리,감사편지 안고 한국오다

6명에게 새생명을 준 천사 故 김유나씨의 생전 모습

[코링아데일리=홍이숙기자] “우리 딸 아이 심장을 이식받은 마리아는 1km를 혼자 걸을 수 있게 됐고, 신장을 이식받은 킴벌리는 매일 9시간 씩 하던 혈액투석을 하지 않아도 됐다고 해요.”
 
3년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사랑의 나눔을 실천한 고(故) 김유나 씨의 어머니 이선경씨는 “딸의 생명을 이어받은 이식인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전하는 감사편지가 큰 위안이 된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김씨는 19세이던 2016년 1월 등교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김씨의 가족은 깊은 고민 끝에 딸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했고 미국인 6명의 생명을 살렸다. 
 
이들 중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킴벌리가 김씨의 4주기를 맞아 유가족들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킴벌리는 2세 때 소아당뇨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왔다. 18세가 될 무렵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이 모두 망가져 혈액투석기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연명해 왔다. 
 
그러다 19세 때 기적적으로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아 건강을 회복했다. 건강을 회복한 후 그는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킴벌리는 “유나는 나에게 신장과 췌장만을 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 준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의 부모인 김제박ㆍ이선경씨는 이식인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유나 양의 생명나눔을 통해 새로운 삶을 선물 받았다” “고귀한 결정을 내려준 가족들께 감사드리며 그 사랑을 잊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 이 씨는 이식인들의 편지를 읽고 “딸의 생명을 이어받은 이식인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이 큰 위안이 되었다”고 전했다.  
 
김씨 유가족과 킴벌리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20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여는 기자회견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장기기증운동본부는 국내에서 장기기증 운동이 시작된 지 30년을 맞아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는 이 자리에서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간의 서신 교류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내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은 이번 만남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는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 제31조(비밀의유지)에 의해 이식인과의 교류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장기기증을 실천한 김씨의 부모는 1만 km가 떨어진 곳에 사는 이식인을 만날 수 있지만, 국내에서 장기기증을 실천한 5600여명의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은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이식인의 소식조차 알 수 없다. 
 
지난 1일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이 모인 국내 한 커뮤니티에는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딸이 너무 그립다. 죽기 전 법이 개정되어 딸아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이를 꼭 한 번 만나고 싶다. 딸아이의 심장 소리를 다시 한 번 들어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유가족에겐 떠나보낸 가족이 남긴 생명의 씨앗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도 참석했다. 이들은 국내에서도 유가족과 이식인 간의 서신 교류를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장기기증 관련 기관에서 서신을 작성하는 매뉴얼을 제공한다.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들은 기관이 제공하는 매뉴얼에 따라 서신을 작성하고, 해당 기관의 중재 하에 서신을 교류하여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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