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위반" 경찰관 청탁금 ,“딸 ‘장학금’ 이라고 속여


[코리아데일리=홍이숙기자] 서울행정법원은 딸의 장학금 명목으로 299만 원을 받은 경찰관이 청탁금지법 위반을 이유로 강등 처분을 받자 징계가 부당하다며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지난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단독] “딸 ‘장학금’ 299만 원, 김영란법 위반” 법원 첫 판단
   앞서 서울 관내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A 씨는 민원인 B 씨와 알고 지내던 중, 2017년 B 씨로부터 자신의 11살 딸 명의의 통장을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전달했다. B 씨는 2017년 7월부터 9월 사이 각각 100만 원, 99만 원, 100만 원 등 총 299만 원을 A 씨 딸의 장학금 명목으로 통장에 입금했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제8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알게 된 서울지방경찰청은 징계위원회와 소청심사위를 거쳐 A 씨에게 청탁금지법 위반을 이유로 '강등' 처분을 했고, 징계부가금을 함께 부과했다.

A 씨는 강등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A 씨는 "조사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이 있고, 민원인이 딸에게 장학금 등을 줄 명목으로 통장에 돈을 넣은 것이라서 이를 딸이 받은 것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A 씨가 수수한 것으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청탁금지법상 딸의 통장으로 입금된 금원을 A 씨가 수수한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1회 100만 원을 초과하여 입금된 것이 아니며, 총 금원 합계액이 299만 원에 불과하므로 청탁금지법 위반도 아니고, 다수의 상훈 공적이 있고 성실하게 수십 년간 공무를 수행해 왔다며 강등은 지나치다"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A 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A 씨가 민원인으로부터 딸의 장학금 등 명목으로 금원을 수수하기 위하여 딸의 통장을 민원인에게 양도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후 위 통장 계좌로 입금된 합계 299만 원은 이를 A 씨가 수수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법원은 "A 씨는 민원인이 생활비 통장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딸 명의 통장을 건네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경찰공무원인 원고는 통장 등의 양도가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됨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굳이 자신의 11살 딸 명의 통장을 민원인의 생활비 통장으로 교부해주었다고 보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민원인이 이 통장에 입금한 돈을 인출해 사용한 사정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원은 "딸 명의의 통장에 들어온 돈이 형식적으로 '1회 100만 원을 초과'하여 입금된 것은 아니나, 전체 금원의 성격, 이체 기간, 총 입금액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을 위반하여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았다고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며 징계사유를 인정했다.

   법원은 △최초 100만 원 입금 시점부터 약 10일이 지난 시점에 99만 원, 다시 20일 정도가 지나 100만 원이 입금되어 매우 근접한 기간에 금원들의 입금이 이루어진 점 △각 입금액이 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제한 범위에 거의 근접한 액수에 해당하는 점 △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을 편법적으로 탈피하기 위하여 금원을 분할하여 제공하는 행위 등에 대해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1회’는 금원이 지급된 경위 및 횟수,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아울러 "A 씨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공무원으로서 높은 도덕성, 윤리성, 준법의식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에 위배해 청탁금지법 등을 위반했다"며 "위와 같은 비위행위들은 일반 국민의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를 크게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게 처리되어야 할 사법절차에 대한 불신까지 초래하므로, 그 자체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를 엄중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며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2심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음 달 선고를 앞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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