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최악의  산불이  이산화탄소 4억톤 배출…‘되먹임 효과’도 우려

"동물 5억 마리 불타 죽게 만든 최악의 산불"…우주에서 본 불바다 호주의 처참한 모습
[코리아데일리=홍이숙기자] 지난해 9월 시작된 호주 산불은 현재까지 1천만 헥타르(10만㎢)의 면적을 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면적의 100배가 넘는 면적이 불에 타면서 시드니의 공기 상태는 매일 37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악화한 상태다.

산불로 숨진 사람의 수도 최소 28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세계자연기금(WWF) 등 환경단체는 코알라와 두나트 등 호주에서 서식하던 동물 12억 5천여 마리가 산불로 희생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산불 피해 지역과 코알라의 서식지는 80% 이상 겹쳐, 일각에서는 코알라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왔다.10일 산불 피해지인 호주 캥거루섬에서 구조된 코알라가 봉사자들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출처 : 유럽 보도사진 통신사(EPA)]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막대한 피해를 낳은 이번 호주 산불. 전문가들은 최악의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고 있다.


모리슨 총리는 지난 12일 호주 ABC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점점 더워지면서도 건조해지는 여름 속에 살고 있다"면서 "이는 분명히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가 산불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호주의 국가 경제와 사회적 이익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유튜브 ‘NASA Video’]호주산불연기 지구 한바퀴 돈다


세계 1위의 석탄 수출국인 호주는 그동안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독일의 비영리 민간연구단체인 저먼워치(German watch)의 '2020 기후변화대응지수'에 따르면 호주의 기후 변화 대응 수준은 61개국 중 56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번 산불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느낀 수만 명의 호주 시민들은 지난 10일 시드니와 멜버른, 수도인 캔버라 등 주요 도시에서 호주 당국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도양 쌍극화 현상, 이른바 '다이폴(Dipole) 현상'이 산불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이폴 현상이란 인도양의 서부 수온은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동부는 수온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현상을 뜻하는데 최근에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이런 다이폴 현상이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현상이 일어나면 인도양 동부는 강수량이 적어져, 폭염과 가뭄 등이 발생하고 서부 지역인 동아프리카에서는 폭우나 홍수가 발생하게 되는데 다이폴 현상이 60년 만에 가장 심각했다는 올해, 호주의 경우 지난달 일부 지역에서 역대 최고 기온인 섭씨 48.9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기상 이변으로 발생한 재난이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호주 산불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온실가스가 배출되면서 지구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현사인데 전문가들은 이를 '되먹임' 효과라 부른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호주 산불로 지금까지 최소 4억 톤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에 해당하는 양에 속한다. 산불에서 배출되는 연기와 이산화탄소는 전 지구로 퍼지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공개한 위성 영상을 보면, 갈색 연기 기둥이 호주 남동부 해안에서 태즈먼 해를 넘어 이미 태평양까지 뻗어 있다.

실제 호주의 하늘이 산불로 오렌지색으로 변하면서 인접한 뉴질랜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 연기는 지구 반 바퀴를 이미 돌았으며 심지어 지난 8일에는 남미 대륙을 횡단했다고 분석했다.

광화문에서도 호주 추모…"우리도 기후 변화 대응해야"

한국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3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3일 오후 7시 주한 호주대사관이 입주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호주 산불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라며 적극적인 기후 변화 대응책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 : 기후변화위기행동]


영하권 추위에도 자리를 지킨 100여 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은 "호주 산불로 발생한 재산피해와 환경피해는 감히 집계가 안 될 정도"라며 호주 산불로 인해 희생된 모든 생명에 애도를 표했다.

이들은 "과감한 기후 위기 대응이야말로 또 다른 재난을 막는 길"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을 아예 없애는 '온실가스 배출제로' 목표를 수립하고 석탄 채굴을 중단하는 등 과감한 대책을 만들고 실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세계 곳곳에서 호주 산불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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