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왕실 막장 드라마인가?...'메그시트' 폭탄 맞다

[코리아데일리=홍이숙기자] 영국 왕실이 새해 벽두부터 해리(35) 왕손과 부인 메건 마클(38)의 갑작스러운 독립 선언으로 폭탄을 맞은 분위기다. 영국 언론들은 오는 31일 예정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빗대 이 사태를 '메그시트(Megxit·메건의 왕실 탈퇴)'로 명명했고, 엘리자베스 2세(93) 여왕은 급기야 긴급 대책 회의까지 소집했다. 세계 최대 브랜드라는 영국 왕실이 잇단 불화와 추문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3일 오후(현지 시각) 북서부 노퍽의 샌드링엄 별장에 찰스(71) 왕세자와 윌리엄(37) 왕세손, 그리고 해리와 정부 관계자들을 불러 해리의 독립에 대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 해리 부부가 지난 8일 "왕실 고위직에서 한발 물러나 영국과 북미를 오가며 살겠다"고 한 지 닷새 만이다. 캐나다에 8개월 된 아들과 함께 머물고 있는 마클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런던 버킹엄궁에서 영국 공군 창설 100주년 기념행사에 모인 메건 마클 왕손 부인과 해리 왕송 부부,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세손빈

손자의 독립 선언을 사전에 전혀 몰랐던 할머니인 여왕과 아버지 찰스는 손자 부부의 선언 직후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일부 매체는 여왕이 차남 앤드루(59) 왕자가 지난해 성접대 추문으로 공직에서 물러났을 때보다 더 진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의 독립을 허용하되 왕실과의 '미래 관계'에 대한 협상을 제대로 하자는 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선 향후 해리의 '서식스(Sussex) 공작' 작위 유지 여부, 1500만파운드(약 225억원)에 이르는 해리의 자산 처분, 새로운 지위와 역할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는 "재정적으로 독립해 납세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가 현재 받는 지원 중 정부 예산은 5%에 불과해 왕실에서 상속받은 자산과 왕족으로서 지원은 대부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언론은 이 상황에 대해 왕실이 발 빠르게 '추가 피해 억제(damage control)'에 나섰다고 표현했다. 찰스 왕세자 차남으로 왕위 계승 서열 6위인 해리는 왕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런데 왜 왕실이 이렇게 긴장하는 것일까.

우선 해리 측이 왕실에서 겪은 일을 폭로할 가능성이 꼽힌다. 해리가 2018년 할리우드 배우 출신인 마클과 결혼한 뒤 형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의 갈등설 등이 불거졌다. 더타임스·더선 등에 따르면, 마클의 미국 내 홍보팀이 오프라 윈프리 TV 쇼 등을 통해 왕실에 대한 폭로 인터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이혼녀이자 흑인 혼혈인 마클이 자신이 받은 차별 대우와 왕실 내 갈등을 공개할지 몰라 왕실로선 이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해리 형제가 갖는 상징성이 사라지는 것도 왕실로선 큰 손실이다. 이들의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비극적 죽음으로 타격을 입은 영국 왕실은 지난 20여년간 두 젊은 왕손의 성장과 우애 스토리에 기대 대중의 지지를 회복한 측면이 컸다. 각자 아름다운 평민 여성과 동화 같은 결혼을 하면서 이 '환상의 4인방(fab four)'이 왕실에 활력과 안정을 가져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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