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유구한 역사 알고 계시나요?
[코리아데일리=홍이숙기자] '김치'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치'는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유래하여 지금의 '김치'로 변화하여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다소 놀랍죠? 그럼 오늘은 '김치'의 유래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김치는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여 곡물을 주식으로 삼은 이후에 생겨났는데, ‘김치’가 최초로 나오는 문헌은 약 3,000년 전 중국의 『詩經』입니다. 이 『詩經』에는 “밭두둑에 외가 열렸다. 외를 깎아 저(菹)를 담자, 이것을 조상에 바쳐 수(壽)를 누리고 하늘의 복을 받자.”라는 대목이 있는데, 여기에서 ‘저(菹)’가 바로 김치류인 것입니다. 실제로 김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말의 『석명(釋名)』이라는 사전에서는 “저(菹)는 조(阻:막힐 조)이므로 채소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키면 유기산이 생기는데 이것이 소금과 더불어 채소가 짓무르는 것을 막아 준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이전의 옥편 『설문해자(設文解字)』(기원후 100년경)에서는 “초(醋)에 절인 외가 바로 저(菹)”라 하였으니, 김치류는 현재의 피클(pickles)처럼 초에 절이는 방법과 소금에 절여 유산 발효시키는 저장법 두 가지가 있었던 것입니다. 중국의 문헌에서는 김치류를 ‘저’라 하였으나 우리말에서는 '마늘지, 짠지'와 같이 ‘지(漬)’라고도 하고 있습니다.
옛 문헌의 기록을 보면 김치는 처음에는 소금에 절인 형태로 나오는데, 고려 시대 리규보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는 외, 가지, 순무, 파, 아욱, 박의 여섯가지 채소에 대해 읊은 「가포육영(家圃六詠)」이라는 시가 있는데, 그 중에 순무로 담근 장아찌(得醬)와 소금절임(漬鹽)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또한, 고려 말 리달충(李達衷)이 지은 「산촌잡영(山村雜詠)」이라는 시에는 “여귀 풀에 마름을 넣어 소금 절임을 하였다”는 구절이 있는데 야생초로 제철 김치를 담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고려 시대에는 앞서 밝힌 채소류가 주원료로 쓰인 단순 절임형 김치류가 일반적이었으리라 생각되는데, 이는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나오는 숭채, 즉 배추는 약용으로 쓰였다고 하고 있고, 그 밖의 문헌 기록으로 보아도 배추김치가 보편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후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김치에 여러 가지 젓갈과 생선 등 동물성 식품을 첨가하게 되였는데, 안동 장씨 부인이 지은 『음식디미방(閨壼是議方)』(1670년)에 ‘동과 담그는 법’, ‘마늘 담그는 법’, ‘산갓침채’, ‘생치침채법’, ‘생치짠지’, ‘생치지’, ‘무김치(나박김치)’ 등 ‘일곱 가지의 침채류’ 만드는 법이 나와 있습니다. 또한, 『산림경제(山林經濟)』(1715년)에 나오는 김치류를 보면, 소금에 절이고 식초에 담그거나 향신료와 섞어 만든 8종의 저채류(菹菜類) 제조법이 소개되여 있습니다.
임진왜란 전후로 고추가 수입된 이래 본격적으로 김치에 고추를 사용한 기록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1766년)로, 저채류 만드는 법 34종이 나와 있는데, 이때부터 고추를 넣어 색깔과 맛을 내는 오늘날과 같은 김치를 담그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규합총서(閨閤叢書)』(1815년)에서는 ‘동치미’, ‘섞박지’, ‘동섞박지’ 만드는 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와 배추를 짜지 않게 절였다가 김치를 담가, 이제까지의 생채 절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1827년경에 발간된 『림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도 많은 종류의 김치가 수록되여 있는데 그 중 특이한 것은 고추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는 점입니다.
이 같은 기록을 종합해 보면 김치류는 3,000년 전부터 중국에서 ‘저(菹)’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조선반도에는 삼국 시대에 전래되여 통일신라시대, 고려 시대를 거치는 동안 우리의 기호에 맞도록 종류와 제조 방법이 변천되여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치류는 무를 주원료로 한 동치미, 짠지, 장아찌가 주를 이루었을 것으로 추측이 되고 오늘날과 같은 통배추와 고춧가루를 주원료로 한 김치류는 조선 시대 중반 이후에 배추와 고추가 수입이 되면서 차츰차츰 보급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무엇이나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김치 역시 수천년의 력사를 거쳐 지금의 형태로 발전해왔던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