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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옥살이' 화성 8차범인 윤 모 씨, 재심소송 준비중
류재복 기자  |  yjb08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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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3  10: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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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옥살이' 화성 8차 범인 윤 모 씨, 재심소송 준비 중
   
 

[코리아데일리=류재복 대기자] 모방 범죄로 알려졌던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이 새 국면을 맞았다.

화성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모(57)씨가 자신의 범행임을 자백한데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가 재심을 준비하면서다. 1988년 사건 발생 후 30여년 만에 '진범'이 바뀔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경찰도 당시 수사 경위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씨와의 수차례 조사에서 8차 사건 진범만이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차례 조사를 받은 윤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상대로 당시 증거물의 감정 결과 도출 과정에 대한 확인을 하고 있다. 화성 8차 사건 수사기록과 수사 경찰관 등도 모두 재조사 대상이다. 당시 경찰은 이씨의 체모를 채취한 뒤 윤씨의 결정적 증거로 사용된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30여년 만에 무죄를 주장하는 윤씨는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재심에 나설 채비를 꾸리고 있다.

박 변호사는 1999년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과 2000년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무죄로 이끈 재심 전문 변호사다.

박 변호사는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당시 경찰은, 소아마비 때문에 한쪽 다리를 잘 못 쓰는 윤씨에게 쪼그려 뛰기를 시켰다고 한다"며 "지금의 경찰이 이 사건을 바로잡길 바란다.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변호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윤씨는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A(13)양의 집에 들어가 A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10월 1심 선고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집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 자백을 했다"고 항소했으나 상급심 재판부는 "고문을 당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윤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3심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윤씨는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청주교도소에서 가석방됐다.

출소 후 청주에서 거주해온 윤씨는 최근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30년 전 언론은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몰아갔다. 언론과 경찰, 검찰 다 믿지 않는다"며 굳게 입을 닫았다. 그는 언론 보도 후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와 연락이 닿아 재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심(再審)은 확정 판결에 대해 사실 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경우 그 판결의 당부(當否)를 다시 심리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청구 사유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나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해 위조 또는 변조된 것으로 증명된 때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서·감정·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해 허위로 증명된 때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등 7가지로 제한된다.

윤씨의 경우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이나 진범 검거 등의 사유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할 법원은 재심을 제기할 판결을 한 법원, 즉 수원지법이 된다.

윤씨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 8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일단 제가 섣불리 이게 맞다고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화성연쇄살인 유력 용의자)이모씨의 자백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 "이는 새로운 증거라고 볼 수 있어 무죄의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문과 가혹행위로 인한 허위자백 주장이 그 당시부터 계속 일관되게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의미가 있다"며 "완전히 100% 무죄라고 밝혀지기 어려운 사건인 것은 맞지만, 윤씨의 억울하다는 주장을 재심을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1999년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과 2000년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재심에서 무죄로 이끌었다.

1999년 2월6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침입해 7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각각 징역 3∼6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친 3명은 2015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억울한 옥살이를 마친 30대 남성 3명에게는 구금 일수에 따라 각각 4억8000여만원, 3억5000여만원, 3억여원의 형사보상이 결정됐다.

2000년 8월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복역한 30대 남성도 사건 발생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가 받은 형사보상금은 8억3000여만원이었다.

형사보상법은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구속 등으로 구금된 뒤 무죄가 확정되면 구금 일수에 따라 구금 연도의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일급 최저임금의 최대 5배까지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가능하다. 만약 화성 8차 사건으로 20년 수감생활을 한 윤씨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그의 형사보상금은 십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민사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

단, 윤씨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이씨의 자백을 제외하고 재판을 뒤집을만한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험로가 예상된다. 당시 수사 경찰관도 윤씨에 대한 고문 여부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수사관 B씨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증거가 뚜렷했기에 고문할 필요가 없었다"며 "특정인이 범인이라는 심증은 있는데, 이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을 때 하는 게 (당시)고문이지 증거가 있는 경우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 주변에 떨어져 있던 음모를 발견했고, 수개월 수사에 전념해 그 주인을 찾아냈다"며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에서 일반인에게 발견되기 어려운 티타늄이 나왔고, 범인 직업과 연관되면서 진범임을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의 선상에 올려진 이들의 음모를 채취한 뒤 농기계 수리공으로 일하던 윤씨를 검거했다"며 "음모는 명백한 증거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씨의 거짓 진술을 믿어선 안 된다"고 했다.

앞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화성 8차 사건을 포함, 화성 일대와 청주에서 2건씩의 살인을 추가로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이씨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씨에 의해 숨진 여성은 모두 15명으로 늘어난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자백에 대한 신빙성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며 "수사 진행 중인 사항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강간살해된 사건이다. 유력 용의자 이씨는 1994년 청주에서 처제(19)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붙잡혀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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