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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 16년... 아직도 남성 위주로 성차별 심해
류재복 기자  |  yjb08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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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3  22: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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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 16년... 아직도 남성 위주로 성차별 심해
   
 

[코리아데일리=류재복 대기자] “가족 부양의무자는 남성과 무남독녀”, “장손은 ‘장남의 장남’” 최근까지 한국 사회에 남아 있던 성차별적 규정과 지침이다. 11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설명을 보면, 2016년부터 올해까지 국가보훈처와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인권위에 ‘장손’과 ‘장남’ 등의 기준에 대해 성차별이라며 진정이 제기된 사건은 모두 7건이다.

2003년 호주제가 폐지됐음에도, 국가 기관에 여전히 전통과 관습이라는 명목으로 남성중심 문화가 규정과 지침을 통해 암묵적으로 남아 있던 탓이다. 하지만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이후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폐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인권위에 성차별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진정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7건 가운데 2건은 해당 기관이 “관련 지침을 개정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였다. “성별과 출생순위에 따른 차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가 잘못된 통념을 이겨내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장손’에 대한 기준을 바꾼 보훈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5일 보훈처는 독립유공자 장손에 대해 취업지원을 할 때 근거로 삼았던 장손의 기준을 남녀구분 없이 ‘첫째 자녀의 첫째 자녀’로 두기로 했다. 아버지의 외할아버지가 독립유공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김 모 씨는 지난해 보훈처에 취업지원 신청했지만, 당시 보훈처는 ‘장손’이 사회 관습적으로 ‘장남의 장남(1남의 1남)’인데, 김 씨 아버지의 어머니는 독립운동가의 ‘딸’이기 때문에 김 씨 아버지가 ‘장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독립운동가 자녀 4남매 가운데 아들 2명은 6·25 전쟁 때 북한으로 갔고, 막내딸은 일본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에 맏딸의 아들인 아버지를 장손으로 인정하는 게 맞다”며 지난 1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보훈처는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장손이 질병 등을 이유로 직접 취업하기 어려운 경우 그의 자녀 중 1명을 지정해 장손을 대신해 취업지원 혜택을 주는 지침을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부산 지역의 한 공기업도 2017년 가족수당 보수지급 규정에 장녀를 포함하기로 했다.

해당 공기업에 근무하는 남 모 씨는 집안의 장녀로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진 않지만, 남동생이 학생인 상황에서 어머니를 실질적으로 부양해왔다. 이에 2015년 회사에 가족수당을 청구했지만 회사는 “규정상 여직원의 경우, 무남독녀인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가족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사회 통념상 장남과 무남독녀가 부양의무를 지고 있다’는 이유였다.

남 씨는 회사의 이런 규정이 “여성 차별”이라며 2016년 인권위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같은 해 7월 “여성 직원에게 남성 직원과 다른 규정을 적용해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도록 보수 규정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반면 ‘성차별’ 규정을 개선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한 기관도 있다.

남 씨와 마찬가지로 장녀인 경북대병원 직원  박 모씨는 “병원이 2012년부터 부모와 떨어져 산 기간 지급한 부모 부양수당을 환수해갔지만, 부모와 따로 사는 장남에게는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는 불합리한 남녀 차별”이라며 2016년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해 경북대병원은 “부모와 따로 사는 장남에게도 부모부양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개정안을 노동조합에 제시했지만, 노조가 동의하지 않아 가족수당 개정이 어렵다”며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경북대병원은 1993년 병원이 법인화를 거치면서 당시 공무원 가족수당 규정을 가져온 뒤 지금까지 관련 규정을 바꾸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공기업에 근무하는 장녀와 차남이 “성별과 출생순위 등을 이유로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각각 진정을 제기했다. ‘성차별’을 넘어 ‘장남과 무남독녀’만을 대상으로 한 가족수당의 ‘출생순위’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2건의 진정 사건은 현재 인권위에서 조사 중이다.

실제 부모를 누가 부양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변화하고 있다. 2018년 통계청이 실시한 ‘부모부양에 대한 견해’를 보면 부모부양을 ‘장남 또는 며느리’가 해야 한다는 응답은 5.0%로 2016년 5.6%보다 줄었다. 반면, ‘모든 자녀’가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2016년 71%에서 2018년 72%로, ‘자식 중 능력 있는 자’가 부양해야 한다는 비율도 2016년 17.7%에서 2018년 18.3%로 늘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호주제가 폐지된 이후 시간이 오래됐음에도 호주 대신 장손과 장남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남성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제도나 규정이 운영되고 있다”며 “이런 ‘성차별’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관련 진정이 인권위에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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