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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아베, 마주 앉을 만큼의 여건조성... 많은 시간 걸릴 듯
류재복 기자  |  yjb08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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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10  15: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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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아베, 마주 앉을 만큼의 여건조성.. 많은 시간 걸릴 듯
   
 

[코리아데일리=류재복 대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뒤,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맞대응 하면서 한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과 청구권협정 이행의 연계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일본 내부에서 이달 중 한일 외교당국 간 채널을 통한 협의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긍정적 신호들이 하나둘 나타나고는 있지만, 한일 정상이 당장 마주 앉을 만큼의 여건이 조성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 74주년 희생자 위령식에서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과 뉴욕 유엔총회, 10월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문 대통령과의 대화 추진 의사 여부에 대한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아베 총리는 "(언급된 행사들에) 문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었다"면서 "(문 대통령이) 청구권 협정을 비롯해 국가간 관계의 근본이 되는 약속을 먼저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전제조건을 내세워 문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해석했다.

아베 총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일 관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 약속을 지킬지 여부에 관한 신뢰의 문제다.(일본은) 국제법에 따라 일관된 주장과 적절한 대응을 해나가겠다"며 수출규제 조치 철회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현재 한국을 대상으로 취하고 있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국제법상 문제 없으며,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계속된 강경 메시지 속에도 침묵을 지키던 아베 총리의 공식 입장이었다.

문 대통령이 일본 스스로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는 것만이 유일한 사태 해결 방법으로 제시했지만, 아베 총리가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입장으로 맞선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일 갈등은 장기화 국면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러한 아베 총리의 '적반하장 식' 주장은 거듭됐지만 이후 나온 문 대통령의 반응은 예상만큼 강경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민경제자문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부당성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일본의 일방적인 무역 보복조치라는 점은 분명히 하면서도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는 자제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자유무역 질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이고 자국에게 필요한 때는 자유무역주의를 적극 주장해 온 나라이므로 이번 일본 조치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라며 수출규제 조치의 모순됨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일방적인 무역보복 조치로 설령 얻는 이익이 있다 해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은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없는 게임"이라며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의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한일 모두의 출혈이 불가피한 전면전으로 치닫기 전에 이제라도 외교적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자는 유화적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일 정상이 내세우고 있는 전제조건이 정반대의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접점을 찾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본 내부에서조차 사태를 오판한 측면을 인정하는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우려했던 것 만큼 장기전으로 흐르지 않을 수 있다는 다소 낙관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9일 한국의 불매운동과 한일 지자체 간 교류중단 상황과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가 "예상 이상으로 소란이 커졌다"며 상황을 오판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광복절까지 반일감정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이달 말부터 외교당국 간 협의를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한중일 외교 당국 간에는 3국 외교장관 회담을 이달 말 중국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사전 회담 차원이다. 이 때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 간 양자 회담도 성사될 수 있다.

한일 외교장관 사이에서 지금과는 다른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면 9월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정상급 다자외교 무대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4-6일)을 시작으로 유엔총회(9월17일), 아세안+3 정상회의(10월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16-17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11월25일) 등이 잇따라 개최된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한일 과거사 문제와 정상회담을 연계한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 초 모습과 닮아있다고 지적한다. 취임 후 악화된 한일 관계 탓에 오랜 기간 정상회담을 갖지 못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취임 직후 불거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일본 내 역사교과서 왜곡, 독도 소유권 주장, 위안부 문제 등에 직면하며 한일 정상회담을 갖지 못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 해결이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이라며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논의 조건을 연계시키면서 한일 갈등은 장기화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의 아베 총리의 태도도 박 전 대통령과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있다.

취임 첫해와 이듬해가 지나는 동안 한 차례도 한일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한일수교 50주년이던 2015년도 정상회담 없이 지나가는 듯 했지만 그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극적으로 첫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었다.

취임 후 2년 8개월, 980일만에 박 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청와대에서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한 달 여 뒤 한일 정부간 12·28 위안부 합의가 체결됐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25일 유엔총회를 계기로 성사됐던 다섯 번째 한일 정상회담을 마지막으로 10개월 이상 마주앉지 못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6월 말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거절한 뒤 수출규제 조치를 전격 취하면서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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