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루’ 인연의 끝자락에서 “넌 도대체 누구냐?”

[코리아데일리 곽지영 기자] 일본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되는 작품들은 애니메이션과 호러물로만 익숙했던 일본 영화들이 이제는 다양한 장르로 폭넓게 국내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1999년 ‘러브레터’로 시작되어 2004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5년 ‘메종 드 히미코’로 이어지는 대표적 감성 영화들은 한국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섬세하고 투명한 감동을 전해주며 관객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9일 EBS 금요그장을 통해서 선보이는 ‘유레루’는 미세한 감정의 떨림 마저도 현미경으로 투시한 듯 잡아낸 천재 신인 감독과 발군의 기량을 발휘한 배우들의 앙상블로, 해를 거듭할수록 진일보 해가는 일본 영화의 행보를 증명해 보인다.

▲ 영화 스틸 컷

제5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아시아 영화로는 괴물과 함께 초청되어 그 작품성을 이미 인정받은 ‘유레루’는, 형과 동생이라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 뜻에서 영화에서는 유독 붙잡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섹스를 하면서 치에코는 타케루의 팔을 잡는다.

문상객들은 타케루를 때리려는 아버지를 붙잡는다. 미노루는 떨어지려는 치에코의 팔을 잡는다. 타케루는 떨고 있는 미노루의 팔을 잡는다. 아버지와 싸우고 집에 가는 큰아버지의 팔 역시 타케루가 "잡는다". 잡는다는 행위는 흔들림을 멈추게 한다. 치에코를 잡았던 미노루의 손이 뿌리쳐지면서 흔들림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배우들 하나하나가 모두 주옥같다. 카리스마 넘치는 빡빡머리 검사, 멋있다. 미노루와 비호감계로서의 동질성을 갖고 있는 그는, 겪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실연남의 심리를 조목조목 짚어낸다. 그의 얼굴은 아니더라도 투철한 직업정신은 본받을 만 하다.

주유소 직원 요후헤이 역으로 나오는 아라이 히로후미. 윤도현이랑 닮아서일까. 요후헤이는 미노루가 돌아오지 않으면 주유소를 물려받을 지도 모르는데도 너무나도 착하다.

마지막에 딸래미 앉혀놓고 타케루에게 "죽여버리겠어" 눈빛을 선보이지만 그것도 그 날뿐, 다음날 타케루가 형을 데리러 가자고 찾아오자 좋다고 헤헤거린다. 눈빛을 보고 어디선가 봤던 배우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GO"에서 빡빡머리로 나왔던 배우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도 조제의 유치원 친구로 나오는 것 역시 또다른 별미를 안고 있다.

그리고 차 이야기. 영화에서 오다가 타고 나오는 차는 Ford의 64년식 Falcon Wagon 되겠다. 일본차인 줄 알았는데 왼쪽에 운전석이 있어 굉장히 어색했다.

그리고 톨게이트를 지날 때 운전석 쪽에서 통행권을 뽑던데 일본은 기계 양쪽 모두에 통행권 뽑는 구멍이 있는 것일까? 어쨌든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돛단배도 들어가는 이 차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일체형 프론트 시트가 아닐까 한다.

한편 이 영화 ‘유레루’의 엔딩을 장식하는 부분에서 이상하게 아니 익숙하게 ‘시네마 천국’의 엔딩 장면이 떠오른다.

영화의 이야기나 소재, 기타 등등의 여러 요소들을 비교해 봐도 전혀 어울림이 없을 것 같은데,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닮아 있다. 무엇보다 두 영화 속 주인공의 마지막 눈물의 의미와 그 미세한 흔들림의 정서가 닮아 있다.

영화 줄거리 & 결말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며 도쿄에서 유명한 사진작가로 성공한 타케루는 어머니 기일을 맞아 1년 만에 고향을 찾게 된다. 그곳엔 고향에 남아 가업을 이으며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착한 형 미노루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치에코가 형과 함께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타케루가 나타나면서부터 이들 셋은 서로의 미묘한 감정이 엇갈리는 가운데, 어릴 적 추억이 담긴 계곡으로 향한다. 계곡 아래에서 사진을 찍다 무심코 다리를 올려다 본 타케루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다리 아래 급물살 속으로 자취를 감춘 치에코. 흔들리는 다리 위엔 망연자실한 미노루의 모습 뿐...

사건의 진실을 가리기 위한 미노루의 재판이 시작되고 유순하고 착하기만 했던 형 미노루의 의 의외의 모습을 본 타케루는 점점 흔들리게 되는데... 흔들리는 서로의 기억 속에서 과연 그날 계곡의 다리 위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가 이 영화의 결정적인 모습에서 흐르는 한줌눈물은 또 다른 감동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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