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뉴시스

[코리아데일리=채민지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유혈 마약전쟁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한 필리핀 정치인이 2일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필리핀 현지 매체인 인콰이어러 등은 “필리핀 중부 바탕카스주 타나우안시의 안토니오 할릴리 시장이 이날 아침 시청 옥외에서 열린 주간 조회시간에 참석했다가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안토니오 할릴리 시장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유혈 마약전쟁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인물로 당시 그는 부시장 및 직원들과 함께 조회시간 맨 앞줄에 서 있었으며, 국기 게양에 맞춰 국가를 부르던 중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흉부를 맞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한 시간 뒤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번 사고에 대해 시 관계자는 "우리는 국가를 부르던 중이었다"면서 "시청 건물 빈 공간에서 저격수가 총격을 가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에 수사 당국은 저격수가 먼 거리에서 고성능 총을 이용해 할릴리 시장을 저격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용의자는 파악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사고는 한 시 직원의 스마트폰으로 촬영돼 언론에 공개됐는데, 공개된 영상속에는 할릴리 시장이 주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거나 인사하는 장면, 시 직원들이 국기게양에 맞춰 가슴에 손을 얹고 국가를 부르는 장면 등이 담겼다. 그러다가 갑자기 총소리가 났고, 사람들이 놀라 지르는 목소리 등이 담겨 있었다.

한편, 지난 2016년 타나우안 시내에서 마악상들과 함께 '부끄러운 발걸음'(walk of shame)이라는 거리행진을 해 유명해진 고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해 “마약 용의자 대부분이 빈곤층”이라는 이유를 들어 비판적 입장을 취했고, 거리 행진 이후에는 생명의 위협을 받아왔다고도 전해졌다. 

다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지는 지지하지만, 경찰이 마약거래의 '핵심인물'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고 비판해 마약 갱단 결탁설로 의혹을 사기도 했다. 

한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할릴리 시장의 총격 사망에 대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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