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김지희 기자] 인공수정 후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출산한 경우 아이의 법적인 친어머니는 낳아준 대리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이은애 수석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의 한 구청을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사무 처분에 관한 불복신청 사건 항고심에서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자연적인 임신이 어렵던 A씨 부부의 수정란을 착상한 대리모 B씨는 미국의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했고 병원은 아이의 어머니를 B씨로 기재한 출생증명서를 발급했다.

A씨 부부는 이 아이를 자신들의 친자로 구청에 출생신고하려 했지만, 구청은 미국 병원이 발행한 출생증명서상 어머니의 이름이 부부가 낸 출생신고서의 어머니 이름과 다르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구청이 출생신고를 받아야 한다며 가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과 항고심 모두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전자 검사에서도 아이는 A씨 부부와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법원은 유전적 공통성보다는 `어머니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이라고 판단했다.

현행 민법은 부자 관계와 달리 모자 관계에 대해서는 친생자를 추정하거나 친생자 관계를 부인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으나, 판례상 생모와 출생자 사이에는 생모의 `인지(認知)`가 없어도 출산으로 당연히 법률상 친족 관계가 생긴다고 해석된다는 점을 재판부는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모자 관계는 수정, 약 40주의 임신 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정서적인 부분이 포함돼 있다"며 "그런 정서적 유대관계도 `모성`으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유전적 공통성이나 관계인의 의사를 기준으로 부모를 결정할 경우 모성이 보호받지 못하게 되고 출생자의 복리에도 반할 수 있다"며 "수정체의 제공자를 부모로 볼 경우 여성이 출산에만 봉사하게 되거나 형성된 모성을 억제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 부부가 민법상 입양을 통해 친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존의 기준은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남편이 다른 여성과 관계를 통해 자녀를 낳는 방식의 대리모와 이번 사례와 같이 부부의 수정란을 착상시키는 방식의 대리모는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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