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이은경기자]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에는 미국 당국자들의 발언이 있다.

북한이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정면으로 지목했다. 최근 대미 외교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김 제1부상이 담화를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간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핵폐기 방식으로 ‘리비아 선례’를 언급하며 핵무기를 먼저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북한 핵무기의 미국 반출, 평화적 핵이용 권리 부정 등에 대한 언급을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대북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견해와도 다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볼턴 보좌관은 백악관에 들어오기 전에 갖고 있던 개인적 견해를 정치·외교적 고려 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리비아식 핵포기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핵ㆍ미사일 완전 포기가 비핵화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난 리비아 모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리비아식 핵폐기는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의미한다.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비핵화에 단호히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한 발짝 더 나아가 “핵과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생화학 무기들도 협상 대상”이라며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 주 오크리지로 가져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볼턴의 악연도 깊다. 볼턴은 그간 “선제적인 북한 폭격은 법적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글을 기고하는 등 대북 선제 타격론을 계속 주장해왔던 바 있다.

북한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볼턴 보좌관을 겨냥한 담화를 낸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같은 사이비 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조미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 전망은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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