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박태현 기자] 북한이 오는 23일에서 25일 예정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 일본을 제외해 ‘일본 패싱(재팬 패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12일 밤 북한 외무성은 이달로 예정된 핵실험장 폐기 공보를 발표하면서 “핵시험장이 협소한 점 등을 고려해 국제기자단을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남조선(한국)에서 오는 기자들로만 한정시키겠다”고 밝혔다.

북핵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일본만 제외됐으며, 일본 대신 영국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영국의 특정한 역할을 기대한 처사라기 보다는 그저 일본을 제외시키기 위한 의도가 짙어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된 이후에도 일본이 대화보다는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것에 불만을 표하며 일본을 겨냥한 공격을 계속해 왔다.

실제로 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논평에서 일본을 향해 “운명의 갈림길에서 지금처럼 제재니 압박이니 하는 진부한 곡조를 외우며 밉살스럽게 놀아대다가는 언제 가도 개밥의 도토리 신세를 면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7일 조선중앙통신에서도 ‘암담한 자기 신세나 돌이켜보는 것이 어떤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유독 일본만이 심사가 꼬여 독설을 내뱉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한 “일본이 우리에 대해 짐짓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된 궁색한 처지를 모면해 보려는 어리석은 모지름(모질음)에 불과하다”며 “평양 문턱을 넘어서 보려고 구차하게 빌붙으며 별의별 술수를 다 쓰고 있지만, 지금처럼 놀아댄다면 언제 가도 그것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산케이 신문은 취재진에서 일본만 제외된 사실이 발표된 이후 기사를 통해 일본 취재진만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 초대받지 못한 점에 대해 은근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 네티즌들 또한 “영국이나 미국에서 정보를 받을테니 일본 언론이 제외돼도 문제 없다”, “이전에도 냉각탑 폭파 세레머니를 했던 북한이다. 이번에도 별 다를바 없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