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연합뉴스

[코리아데일리=채민지 기자] 지난 5일 새벽 대전-통영고속도로 함양 분기점 부근에서 고속버스가 시속 100㎞ 정도 이동하던 중 크고 검은 야생동물이 순식간에 나타나 버스를 들이받으며 추돌 사고가 났다.

당시 버스를 운전했던 기사 양동환(59)씨는 오늘 1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혀 무방비인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해 브레이크를 밟을 새도 없었다"며 "마치 승용차를 들이받은 것 같은 큰 충격에 너무 놀라서 300, 400m를 더 가서야 정신을 차렸다"고 말했다.

또,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에 신고하면서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공단은 사고 버스에 묻은 짐승 털과 배설물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 야생동물이 지리산을 벗어나 이동 중인 반달가슴곰 KM-53임을 확인했고, 다행히 가벼운 부상에 그친 것으로 확인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11일 공단은 정확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자 KM-53을 포획해 지리산에 있는 종복원기술원으로 데려와 방사선, 혈액, 분변 검사 등을 한 결과 왼쪽 앞다리가 부러진 것을 발견해 치료했다.

이 소식을 들은 양 씨는 “사람이라면 즉사했을 것"이라며 "차 수리 견적이 200만 원 이상 나올 정도로 파손도 컸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놀라워했다.

환경부 공무원들 역시 “KM-53의 생존이 기적”이라고 전했고 그 중 한 관계자는 "아무리 곰이 사람보다 지방, 근육이 많아서 육중하고 탄력이 좋다지만 신기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1월 태어난 수컷인 KM-53은 키 170∼180㎝, 몸무게 80∼90㎏으로 건장한 성인 남성 수준의 체격을 갖췄는데, 지난 해 두 차례나 지리산 탈출을 감행해 일명 '콜럼버스 곰'으로 불린다.

이에 홍정기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반달가슴곰을 복원하기 위해 10년 넘게 정말 많이 노력했다"며 "로드킬을 당할 뻔한 상황에서 심각하지 않은 골절만 입어 천만다행"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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