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AFP BB News

[코리아데일리=채민지 기자] 지난 5일(현지시간) 카를 마르크스가 태어난 독일 서부 국경도시인 트리어 마을에서는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마르크스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그러나 행사 시작 전부터 몰려든 찬반 시위대로 몸살을 앓았고 우여곡절 끝에 동상은 설치됐지만, 잡음을 피하진 못했다.

높이 4.5m, 무게 2.3톤에 달하는 청동상은 중국 정부가 선물로 기증한 것으로 동상 설치 반대론자들은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계승하고 있는 중국과 소련 등이 독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비판했다. 반대 집회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주도했는데, 공산주의 희생자 단체와 티베트 분리독립운동가들도 함께했다.

앞서 지난 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식을 열고 “마르크스는 현대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라며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스주의의 수호자이자 실천가로 남겠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빈부 격차가 심하고, 인권 탄압도 자행되는 반(反)마르크스주의가 횡행하는 곳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심화되는 양극화와 노동력 착취 등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해법으로 마르크스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부활을 외쳤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기념식 전야 행사에서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체제 실패에) 책임이 없다”면서 “그의 이론은 세계를 변화시키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옹호론을 펼쳤다.

때 아닌 마르크스 이념 논쟁에 가장 큰 수혜를 본 이들은 마르크스의 고향 트리어 마을 사람들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동상 설치를 허락한 트리어 마을의 진짜 목표는 관광객을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트리어 마을엔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했고, 동상 옆 기념품 가게에선 마르크스의 심오한 표정이나 ‘자본론’ 문구를 새겨 넣은 술병과, 저금통, 머그잔, 냉장고 자석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 

트리어 마을의 기념품 가게 주인은 “마르크스에 대한 논쟁은 관심 없다. 다만 장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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